[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손해배상 관련 이용약관 개정을 적극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통신망 안전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계획이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에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손해배상 관련 이용약관을 소비자 입장에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황 회장은 "고객 입장에서 이용자 약관을 개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 의원은 "현재 이용약관은 통신요금과 관련됐으며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가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KT가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통신망 안전 관리에 대한 투자도 이어갈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KT 통신망의 보안 이중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5세대(5G) 통신 시대에 통신망 안전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자 황 회장은 "(통신망 안전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KT는 지난 3월 향후 3년간 총 48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통신구 안전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해 12월 통신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입하지 않은 통신사의 무선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고 D급 통신국사까지 통신망 우회로를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 통신재난 방지·통신망 안정성 강화대책을 내놨다.
황창규 KT 회장(왼쪽)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과방위원들은 KT에 아현지사 화재 관련 소방청의 조사를 방해했고 참고인으로 채택된 노동조합원에게 출석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KT가 조직적인 조사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공무집행 방해 행위"라며 "공무집행방위 혐의에 대해 상임위 차원에서 고발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KT의 조사 방해가 있었다고 느꼈나"고 묻자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영재 소방청 소방령은 "(KT에 요구한) 일부 자료가 오지 않기 때문에 일부분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KT가 김철수 KT 사용직노조경기지회장이 청문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 회장은 "김 지회장에 대해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회사에 보낸 공문에 나온 맨홀도 일반적인 안내문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당초 이날 청문회에서 화재와 관련된 내용만 질의하기로 합의했지만 KT 채용비리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채용비리 관련 내부 조사를 따로 실시했나"고 묻자 황 회장은 "본인 취임 전에 일어난 일이며 본인이 KT에 온 이후에는 그런 일을 보고받지 않았다"며 "경찰의 수사 끝나면 자세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불출석 한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정용기·최연혜 의원은 "KT 화재의 핵심 증인인 유 장관이 출석하지 않아 내실 있는 청문회가 될지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증인으로 황 회장과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 사장,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이 출석했다. 참고인으로는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권혁진 국방부 정보화기획관, 윤 소방령이 자리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당초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하면서 민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지난해 11월 발생했다. 이 화재로 서울 서대문·마포·용산·은평· 중구·영등포와 경기 고양시 일부까지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과방위는 이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현안보고와 질의를 실시했다. 하지만 여야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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