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돌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노조가 증산에 반대하고 나서 수요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팰리세이드의 누적 계약건수는 6만5000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1월 5903대, 2월 5769대, 3월 6377대, 4월 6583대 등 올해 총 2만4632대가 판매됐다. 4만여대가 대기 물량으로 남아있어, 현재 팰리세이드를 구매하려고 하면 6~8개월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감안해 올 초부터 노조에 증산을 요청했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생산량 조정은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노사는 지난 3월 협의를 시작해 팰리세이드 생산물량을 기존 월 6000대에서 4월부터 8600대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오는 7월부터 팰리세이드의 미국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하고 있어 증산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수출 물량을 감안하면 월 8600대로 증산을 해도 국내 고객들의 대기시간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측은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2차 증산이 필요하지만 노조와의 합의에 시간이 걸리면서 증산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팰리세이드 증산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LA 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된 팰리세이드 모습. 사진/현대차
반면, 노조는 사측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팰리세이드의 공급 부족 현상은 사측이 출시 전 연간 물량을 2만5000대 수준으로 계획했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증산이 1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다가 타 공장에서 생산을 하더라도 생산설비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8~12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신차는 출시 초기 ‘신차효과’로 판매량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팰리세이드의 증산이 시급하다”면서 “공급이 수요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1~2개월 정도 더 지속된다면 고객 이탈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량이 많이 팔려야 노조도 이익 공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합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아차는 ‘텔루라이드’의 국내 도입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팰리세이드가 대형 SUV는 물론 중형 SUV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판매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까지 누적 판매를 살펴보면 기아차의 대표 SUV인 ‘쏘렌토’는 1만7852대의 실적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5%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영업직을 중심으로 텔루라이드가 미국시장 전용 모델로 출시됐지만 판매 회복을 위해 국내 도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팰리세이드에 대한 간섭효과 우려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텔루라이드 국내 판매와 관련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당장 도입할 계획은 없으며, 비즈니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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