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30%를 밑도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1만4000개를 넘어섰지만 최근 두 달 가까이 처리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회가 최악의 '노는 국회'를 연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접수된 법안 2만128개 등 총안건 2만796개 가운데 법안 1만4150개 등 총안건 1만4359개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29.7%로 역대 통틀어 가장 일을 안 한 국회로 꼽히는 19대(42.8%)와 비교해도 저조한 수치다. 심지어 20대 국회 첫날 발의된 법안도 35개나 방치돼있다. 이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법안소위를 통한 법안의 병합과 폐기 등에 대한 논의조차 안했다는 것을 뜻한다.
법안 처리가 미흡한 이유는 여야가 국회 상임위를 통해 법안 심사 등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보이콧과 징계요구, 고소, 고발 등 정쟁을 하느라 본업이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국당이 지금까지 모두 17차례의 국회 보이콧을 통해 국회를 공전시킨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2016년 5월 국회가 개원한 이후 두 달에 한 번꼴로 국회를 파행시킨 셈이다. 최근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반발로 19일간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가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수차례 언급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비롯해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등 민생현안이 산적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는 주52시간 처벌 유예기간이 완전히 종료되면서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여부를 결정하는 국회 논의도 중단된 상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들도 발목이 묶여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데이터 경제활성화 계획'을 뒷받침할 혁신성장 관련 법안인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은 논의가 중단된지 오래다. 대기업 총수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아직 상임위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외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소방기본법과 소방공무원법 개정안과 택시 종사자의 처우 개선 및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법안, 유치원 3법 등도 처리가 시급한 법안으로 꼽힌다.
5월 국회가 여야의 대치로 종료된 가운데 6월 국회도 개의가 늦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터키 의장단이 시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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