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상반기 서점가에서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맞아 역사서를 읽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출판 시장까지 잠식했으며 독자들을 위로하거나 다독이는 에세이에 대한 관심도 두드러졌다.
지난 3일 예스24는 올해 1~5월 베스트셀러 분석·도서 판매 동향 자료를 발표하고 이 같은 출판시장의 흐름을 '유튜버셀러', '기억하자 우리역사', '여전히 에세이' 등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해인 만큼, 역사서에 대한 관심이 컸다. 2월21일부터 임시정부 수립일(4월11일)까지 예스24의 역사 분야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약 13.2% 가까이 증가했다. 역사서 중 한국 근대사, 해방전후사, 정부수립이후 등의 세부카테고리에선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10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는 도올 김영옥 선생이 해방정국과 제주 4.3, 여순민중항쟁에 대해 다룬 '우린 너무 몰랐다', 설민석 강사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와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시리즈' 10권이 올랐다.
'우린 너무 몰랐다'. 사진/통나무
유튜브 열풍은 올 상반기 출판 시장에도 거셌다. 유튜브 운영에 필요한 영상 기술을 책으로 배우려는 독자들이 늘어났다. 인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개된 지난 도서를 다시 보려는 흐름도 이어졌다.
'비됴클래스 하줜의 유튜브 동영상 편집'은 상반기 IT 모바일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된다! 김메주의 유튜브 영상 만들기', '유튜브로 돈 벌기' 등 영상 제작, 편집에 관한 도서들도 IT 모바일 분야 20위 권에 들었다.
유튜브가 미디어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면서 인플루언서들에 주목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세계적인 유튜브 스타로 거듭난 박막례 할머니의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예약 판매 직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스타 강사 김미경의 유튜브 채널 '김미경 TV'에 소개된 '말센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포노 사피엔스' 등은 방송 직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0%, 최대 5360%까지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9 구글 I/O’에서 구글 CEO 순다 피차이를 만나는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 사진/유튜브캡처
최근 몇 년간 강세였던 '에세이 열풍'은 올 상반기에도 계속됐다. 출간 종수는 1220종으로 지난해 1102종보다 118종이 증가했다. 작년까지 일반인의 직업, 일상을 다룬 책들이 인기였다면 올해는 소설가와 시인이 쓴 에세이가 다수 출간됐다.
김훈의 '연필로 쓰기',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등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봄을 맞아 한정판 에디션으로 표지를 새롭게 갈아 입은 에세이들도 인기였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의 리커버 에세이는 2주 간의 판매량이 직전 같은 기간 대비 17.3~96.7%까지 올랐다.
'공부머리 독서법'. 사진/책구루
이 기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독서교육 전문가 최승필의 '공부머리 독서법'인 것으로 집계됐다.
책은 저자가 12년 동안 독서 논술 수업을 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집약한 독서교육 지침서다.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효과를 본 독서법을 실었다. 재미있는 이야기 책을 읽는 방법부터 글을 읽고 이해하는 '언어능력'을 키우는 독서 방법까지 일러준다.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은 2위,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가 3위를 차지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4위)',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9(5위)'가 뒤를 이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는 어린이 분야가 20권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시리즈'는 어린이들의 꾸준한 사랑으로 100위권 안에 10권을 포진시켰다. 에세이(13권)와 경제경영(11권) 서적들이 뒤를 이었다.
같은 날 인터파크도서는 상반기 문학 도서 판매 자료(1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집계)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팔린 문학책은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로 집계됐다.
2위는 김영하의 여행산문집 '여행의 이유', 3위는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이 올랐다.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어가 잠든 집' 등이 뒤를 이었다.
인터파크 양단비 문학MD는 “올 상반기에는 대형 작가들의 신작도 인기가 있었지만, 특히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책들이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SNS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늠하게 했다. 본격적인 문학의 계절 여름이 찾아온 만큼 하반기에도 다양한 문학 작품들이 독자들의 손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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