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정부가 기업대출에 위험 가중치를 낮춰 중소기업대출 시장이 주목되자 저축은행 인력을 탐내는 금융사가 증가하고 있다. 그간 저축은행들은 20억~30억원 규모 중소기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강점을 보였다. 내부에선 금융당국의 규제에 성장성이 둔화돼 능력 있는 내부 직원 관리가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11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대출 취급하는 기업여신 담당 인력이 다수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A저축은행의 경우 기업여신 직원 18명이 이직했고, B저축은행은 기업여신 담당 4명이 다른 회사로 옮겨갔다. 저축은행 직원들은 주로 증권사, 카드사와 내년 새로 출범하는 3개 신탁사로 이직을 하고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에 입사 후에 요즘처럼 기업여신 직원들이 이직을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3년 동안 한해 10명 단위로 빠지고 있어 인력 수급이 계속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PF로 부실사태를 맞았던 저축은행은 당국의 규제가 강화돼 2011년 이후 중소기업대출, 중소규모 부동산 PF에 집중했다.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지원하기보단 20억~30억원 규모 중소기업대출로 시장 눈을 돌린 것이다. 부동산 PF도 도시재개발, 단독주택, 신도시 상가 건물 등으로 대출방향이 정해졌다.
저축은행의 영역으로 취급됐던 해당 시장은 2018년 정부의 가계대출 감소 대책에 따라 급변했다. 금융당국은 그해 말부터 가계대출 예대율 위험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 예대율 위험가중치를 15%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은행들에게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중소기업대출에 강점을 보인 저축은행 기업대출 인력의 몸값은 삽시간에 증가했다. 업권에 따르면 기업대출에 집중하지 않는 저축은행도 보통 4~5명 규모의 팀으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해 담당 직원이 한 두명만 빠지더라도 저축은행엔 큰 타격으로 작용한다.
C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에선 팀 전체가 이직했다는 말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내부에선 금융당국의 규제가 업권 성장을 막아 유능한 인재들이 계속해 빠져나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과거엔 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울 8% 미만 저축은행을 우량 저축은행으로 분류해 정부가 규제 강도를 낮추기도 했으나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로 사라졌다. 저축은해은 정부가 지정한 업무만 처리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에 따라 영업 영역도 제한된다.
내년 3개의 신탁사가 새로 탄생하는 등 여타 금융사들의 증가와 시장 진입도 저축은행들의 인력 지키기를 위협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100억원 미만 대출만 허용이 되는데 반해 신탁사, 캐피탈, 보험사에 대한 규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취급할 수 있는 대출액에 달라지다보니 직원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도 저축은행과는 차이가 크다.
D 저축은행 관계자는 “동일인 여신한도가 있어 저축은행은 법인 당 최대 100억원까지 취급할 수 있는데 반해 증권사는 몇 배이다 보니 성과보수체계도 달라 직원들을 붙잡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에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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