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상반기 서점가에선 인문, 역사서의 판매 강세 흐름이 두드러졌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맞아 역사서를 찾는 이들이 많았고, 철학이나 심리학 관련 서적도 독자들의 손길을 많이 탔다.
지난 11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결산 자료(1월1일~6월10일 집계)에 따르면 100위권 안에 인문 도서는 총 19종을 올려 가장 인기가 많았던 분야로 집계됐다. 종합 10위권에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12가지 인생의 법칙' 두 권이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인문 분야 책들은 이 순위권에 단 한 권도 오르지 못했었다.
올해 전체 판매 점유율을 분석했을 때 인문 분야는 7.7%를 기록, 중고학습서(11.1%)와 아동 서적(7.9%)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소설(7.3%)과 시·에세이(7.2%)보다도 비중이 높았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해인 만큼, 역사서에 대한 관심도 컸다. 지난 4일 예스24의 '1~5월 베스트셀러 분석·도서 판매 동향 자료에 따르면 2월21일부터 임시정부 수립일(4월11일)까지 예스24의 역사 분야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약 13.2% 가까이 증가했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는 도올 김영옥 선생이 해방정국과 제주 4.3, 여순민중항쟁에 대해 다룬 '우린 너무 몰랐다', 설민석 강사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와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시리즈' 10권이 올랐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100쇄 기념 에디션. 사진/수오서재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은 이 기간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집계됐다. 예스24에서 이 책은 최승필의 '공부머리 독서법'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인터파크도서의 상반기 문학도서 판매 자료(1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집계)에서 1위에 올랐다.
유튜브의 인기는 올 상반기 출판시장까지 잠식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유튜브가 미디어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면서 인플루언서(SNS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에 주목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유튜브 스타가 된 박막례 할머니의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직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영상 기술을 책으로 배우려거나 북튜버(책을 소개하는 유튜버를 일컫는 조어) 채널을 통해 소개된 지난 도서를 다시 보려는 흐름도 이어졌다.
스타 강사 김미경의 유튜브 채널 '김미경 TV'에 소개된 '말센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포노 사피엔스' 등은 방송 직후 예스24에서 일주일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0%, 최대 5360%까지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교보문고에서는 '유튜브 동영상 편집'이 '기술·컴퓨터' 분야 1위에 올랐고, 유튜브에 소개된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연금술사' 등이 몇 년간 주목 받지 못했다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올 상반기 소설 분야는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침체된 흐름을 보였다. 교보문고에서 이 기간 점유율은 지난해 9.1%에서 7.3%로 줄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실제 출간 종수는 작년과 비슷했으나 눈에 띄는 미디어셀러나 대형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아 전반적으로 판매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침체된 소설 시장을 그나마 견인한 건 여성 작가들이었다. 교보문고에서는 상위 1~10위 중 문학상 수상작품집 2개를 제외한 8종이 여성 작가의 작품이었다. 조남주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소설 분야 판매 1위에 올랐고 손원평, 최은영, 구병모, 한강, 황정은 등이 뒤를 이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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