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두고 의학계와 게임업계의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의학계는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치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 중이지만 게임업계는 산업 위축을 우려해 반대 중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왼쪽에서 5번째)가 21일 서울시 서초구 가톨릭대 성의교정에서 열린 '건강한 게임·미디어 이용환경을 위한 긴급심포지엄'에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5개 의학회·지속가능디지털미디어사회를 위한 시민네트워크·한국소비자연맹·다학제전문의학회 등 50여개 단체는 21일 '건강한 게임·미디어 이용환경을 위한 긴급심포지엄'을 열었다. 박병주 대한보건협회 회장은 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건강 문제는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야지 산업 논리에 밀려 게임이용장애 도입을 반대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게임·의학계의 게임중독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관 단체들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해 △WHO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대한 소모적 논쟁 중단 △'게임 소비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 마련 △국회·관련 기관·학계·단체 연대 확대 등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의학계는 게임이용장애 찬성 움직임을 본격화하며 게임업계와의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WHO가 지난달 말 게임이용장애 질병으로 분류한 ICD-11을 통과시키자 국내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했지만 의학계는 비교적 잠잠했다. 한국이 WHO 회원국인 만큼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도 당연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게임 산업 진흥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의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충돌했고 이에 국무조정실이 2025년까지 각 부처와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겠다 밝히며 두 업계의 여론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은 "정부 당국 중 하나인 문체부가 반대하는 모습을 보며 정부 조정기능에 의문을 갖게 됐다"며 "늦었지만 의학계 합의에 의해 공격적으로 의견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를 비롯한 인터넷·문화 시민단체들은 게임이용장애 반대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유럽·미국·캐나다 등 전세계 게임산업협회와 함께 WHO 결정 재고를 요구했다. 90여개 산·학·연 문화 기관이 참여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내 도입 반대 운동을 전개 중이다. 의학계가 게임이용장애 도입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이날 사단법인 오픈넷은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와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의학계의 최근 움직임은 게임이용장애 도입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게임업계도 게임이용장애 질병화에 따른 우려들이 큰 만큼 반대 활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대식.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