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질병코드' 논란 속에도, "아이템 사행성 중단해야…건전한 게임문화 만들자"
지속성·비강제성 등 게임업계 자율규제 한계점 지적 목소리
2019-05-31 17:05:08 2019-05-31 17:05:08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도입 논란 지속되는 가운데 게임의 사행성 문제를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도박적 요소를 제거하고 건전한 놀이문화로 발전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31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3차 도박문제 포럼'을 열고 '인터넷 게임의 사행성 문제와 위험성'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이 주제의 발표자들은 놀이문화로서의 게임의 가치를 강조하며 건강한 게임 문화로 발전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노력을 촉구했다. 홍성관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계열 교수는 "게임은 건강하고 유익한 놀이 콘텐츠"라며 "그러나 게임이라는 이름 앞에 '한국'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국내 게임 사업자들이 게임 설계 단계부터 사행성 요소를 집어넣어 이용자가 결제하면 이기는 방식(Pay to Win)에 빠지도록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명 뽑기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했고 그 확률조차 지극히 낮은 수준으로 설정해 게임 아이템 결제에 과몰입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국내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을 예로 들며 "일부 게임 전문가들은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 플랫폼 변화에 따른 과도기 현상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이용자가 보호 받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는지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업계가 시행 중인 자율규제의 실효성에도 의문 부호가 찍혔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자율규제 차원에서 게임 안에서 아이템 확률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홍 교수는 이 자율규제가 해당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자체가 과도한지 여부와 불법 개입 문제 등을 다루지 않는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떴다방'식 일주일 단기 이벤트가 난무하고 있다"며 "확률의 숫자가 아니라 그 확률이 계획대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업계 자율규제가 강제성이 없는 탓에 지키지 않는 회사에 과징금 등을 부과하지 못하는 구조를 한계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자율규제 정책을 지키지 않는 회사는 경고 조치에 끝난다"며 "게임 산업 진흥 측면에서 유리하나 지속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노출되는 청소년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며 "특정 이익집단이 청소년 보호방안 도입에 묶여있다"고 비판했다.
 
홍성관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계열 교수가 31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3차 도박문제 포럼'에서 국내 게임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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