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가 지난 21일 본회의장에서 느닷없이 의원 간에 교육청 예산 삭감과 관련한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의 주제는 ‘과학교실 환경개선’사업 예산의 전액삭감. 문제는 김소연 의원이 제기했다. 수은유출 등 과학실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큼에도 불용처리나 의회의 자존심보다 중요하냐는 논리였다.
김찬술 의원은 '훌륭하신 의원님'이라는 수식어를 써가면서 15살이나 훨씬 어린 동료의원을 향해 비아냥댔다. 김소연 의원이 의원들 단체 카톡방에 올린 내용까지 본회의장에서 읊었다. 그러면서 “교육청 측이 학교마다 필요한 실제 예산이 얼마인지 파악하지도 않고, 40개 학교 예산을 일괄 편성한 ‘깜깜이’ 예산”이라고 삭감 이유를 들었다. 또 “교육국장이 답을 못했고, 김인식 의원 등 교육위 의원들과 상의한 끝에 삭감했다”고 당위성도 내세웠다.
그러면서 "대전시 교육환경의 실태파악을 유보하고 ‘깜깜이’ 식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예결위의 예산심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찬술 의원의 논리도 한편에서는 그럴싸했다. 하지만, 절차상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급한 예산이었다면 본예산에 세웠던 10개학교분 중 4개교는 왜 선정되지 못했는지, 불용되지 않게 40개 학교를 미리 선정한 뒤 추경에 요구했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발언은 학생들의 안전사고 문제에 대한 시급성은 뒤로 하더라도, 의회의 자존심이나 권리문제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된 것이다.
예산을 집행할 곳을 미리 공모해 선정한 후 예산을 요구했어야 하는데, 지방의회에서는 예산을 요구하는 주체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예산이 승인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공모절차를 거친 뒤에 “돈 내놔라”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통용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예산이 통과된다면 의회가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집행부는 수요대상들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예산을 요구하는 뻔한 상황도 도래한다.
이 예산은 교육위에서 그대로 승인됐다가 어째서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된 걸까? 히든장면은 계수조정을 하는 사이, 삭감을 반대하던 의원과 대화하던 중 김찬술 의원이 볼펜을 던지고 예결위원실을 나간데 있다.
예결위원들은 교육위 심의 후 계수조정 중 찬반이 갈렸다. 삭감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은 김찬술 의원의 문제제기는 공감하나 학생들의 안전문제, 교육위 의원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들었으며, 이는 삭감 찬성 4명, 반대 5명으로 갈리게 됐다.
이때 김찬술 의원이 볼펜을 내동댕이치며 밖으로 나갔고, 이를 달래는 분위기까지 연출되다가 이내 삭감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뒤집혔다는 후문이다.
김종연 충청지사 부장(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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