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북미 양국이 3차 정상회담 관련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얘기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다만 29~30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중 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주제로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 진행한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변함없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하노이 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싸고 겉으로 보이는 교착상황에도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물밑대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교환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에서 추가만남에 대한 언급은 없었냐'는 질문에 "아마도 있었을 수 있다"며 "어느 시점에 우리는 그것(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방법론과 상응조치를 둘러싸고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선 '언젠가'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방한 중에 이뤄질 가능성에도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도 전날 전화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중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제기됐던 북미 정상 조우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만남 자체가 목적인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내놓은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에 입각해 주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재 해제 등의 상응조치가 필요하다. 그 카드를 맞추는 것이 간단하지 않은 만큼 조속히 실무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27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실무접촉 물꼬를 틀지 관심이 쏠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실무협상이 있어야 정상회담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데 기초가 된다"며 여지를 남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3일 "우리는 당장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있다"며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도 "현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의지를 분명히 확신하도록 하려면 북한이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며 "미국의 실무협상 제의에 응하는 것 자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26일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거론하며 “조미(북미) 수뇌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해도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북미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실무진들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비핵화 협상이 기존 남북미 중심 3자에서 중국을 포함한 4자 구도로 바뀌었지만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좋을 때 북핵 위협이 줄어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이라며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남북 정상회담 또는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말한 바와 같이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나의 의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라크전쟁 참전용사 데이빗 G. 벨라비아에게 미국 최고 명예훈장인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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