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기의 알고보면 쓸모있는 블록체인)200년 만에 새로운 문명이 시작된다
2019-07-16 06:00:00 2019-07-16 06:00:00
문명사적 거대한 전환이 시작된다. 국민국가(Nation State) 시대가 저물고 글로벌 사이버 문명이 온다. 그 변화를 이끄는 것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다. 필자는 새로운 문명을 '팍스 크립티카(Pax Cryptica)'라고 이름한다. 이는 '암호화폐가 주도하는 평화 질서' 라는 뜻이다.
 
국민국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영토 안의 국민', '국가의 법' 그리고 '법정화폐(Fiat Money) 발행'이다. 그런데 비트코인 같은 '초국가 민간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와 경쟁하고,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가 국법과 경쟁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네티즌의 출현'으로 새 문명의 기본 조건이 만들어졌다.
 
왕정과 봉건제에서 국민국가 시대로 문명이 전환된 지 200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수정 헌법이 성립된 1791년과 프랑스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집권한 1799년의 프랑스가 국민국가의 시작의 전형이다. 일본과 독일은 1871년 통일이 되면서 뒤늦게 국민국가 시대를 열었다. 국민국가를 만들어 민주적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는 흥했고, 그 외의 모든 국가들은 쇠망했다.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ica)'와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국민국가 시대의 중심이었다.
 
2차세계대전을 계기로 달러의 기축통화 체제가 성립되고 1971년 닉슨 정부가 금본위 제도를 폐지한 이후 달러의 발행량은 크게 늘어났으며, 2001년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테러자금 차단을 위한 자금세탁 방지를 명분으로 미국은 세계의 모든 주요 은행을 통제하게 된다. 
 
2017년부터 주목받게 된 비트코인이 값싸고 빠르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국가 통제 방식의 달러 패권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7월12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제롬 파월은 "비트코인이 지불 수단으로서는 약하지만 금의 대안이며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발언을 했다. 같은 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높고 가치 기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는 단 하나의 통화 밖에 없으며, 세계 통화 중 가장 지배적이며, 언제나 최강자로 남아 있을 그것은 바로 '미국 달러'"라는 발언도 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위협요소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그 위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비자·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가 연합해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발행하고 JP모건과 골드만 삭스도 암호화폐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법정화폐를 암호호폐방식으로 발행하겠다고 한다.
필자는 팍스크립티카(Pax Cryptica)로 가기 위한 화폐전쟁이 3파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1)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민간 발행 탈중앙 암호화폐', (2) 페이스북, JP모건, 카카오 등이 발행할 '글로벌 대기업형 암호화폐' (3)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달러 패권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는 국가가 법정화폐를 블록체인 기술로 만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가 주인공들이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페트로(Petro)를 발행했고,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하고 싶은 러시아, 이란, 중국은 CBDC 발행을 서두른다. 비싸고 느린 기존의 국제결제시스템 스위프트(Swift)는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대기업이 발행하려는 안정형코인(Stable Coin)이나 국가발행 디지털 화폐는 법정화폐의 변형이다. 미국 달러에 기반한 안정형코인은 모두 달러에 연동(Peg)된다.
 
결국 '탈중앙 초국가 암호화폐'가 팍스크립티카의 승자가 될 것이다. 법정화폐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국민국가 쇠락의 큰 원인은 국가가 과도하게 화폐를 발행했던 것이다. 이는 강제적 세금이다. 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한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의 법정화폐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이미 비트코인이 대세다. 2008년 금융위기의 쓴 맛을 보고도 엄청난 달러를 발행하는 현 상황이 오래가기 어렵다.
 
차세대 암호화폐의 개발은 새로운 문명의 기반이 될 적합한 질서(Fit order)를 설계하는 일이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와 민주적 질서를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암호화폐는 중앙집중화, 독점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경쟁에서 한국 인재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지난 200년 동안 국민국가의 역사를 보면 대다수 개방적 시장경제와 민주제를 채택한 국민국가는 흥했으나, 독재적 국민국가는 멸망했다. 독재국가였던 독일과 일본이 패망했으며, 소련과 중공이 망했다. 민주적인 국가로 변모하자 독일과 일본이 흥했고 1945년 해방 이후 늦게 국민국가로 다시 태어난 대한민국이 시장경제와 민주제를 선택함으로써 기적적인 경제 사회적 성장을 했다.
 
조선의 양반집단은 민주적 국민국가로의 전환이라는 문명사적 전환을 외면하여 한민족을 식민지배와 전쟁의 비극으로 몰아넣었다. '암호화폐 쇄국정책이냐 제도화 시킨 개방정책이냐'의 선택이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기에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박창기 컬러플랫폼 대표 ckfrpark@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