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택시·플랫폼 상생안이 발표됐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실상 정부가 택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승합렌터카 공유 불허, 운전기사 제한, 신고제 등 사실상 플랫폼 사업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 조치가 추가된 탓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안'에 "환영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공개했다. 타다를 서비스 중인 VCNC의 박재욱 대표는 "국민 편익 확장을 위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됐다"며 "기존 택시 산업과 별도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도 "사회적대타협기구에서 제도권 내 모빌리티 산업을 제안한 바 있다"며 "전체 방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박재욱 VCNC 대표가 지난 2월 열린 '타다 프리미엄' 출시 미디어데이에서 타다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공식 입장과 별도로 플랫폼 업계는 택시 일방의 손을 들어준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국토부 개편안에 포함된 사업자 규제 조치 때문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개편안에 따르면 플랫폼 택시는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 신설 △가맹사업 규제 대폭 완화 △중개플랫폼 제도권 내 편입 등 3가지 형태로 나뉜다. 각 형태에 포함된 독소 조항에 의해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업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형국에 놓였다.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 관계자는 "우버 등 자금력이 있는 글로벌 기업과 이동 수요 트래픽을 이미 확보한 국내 대기업 중개플랫폼에 대다수 가맹사업자가 결합을 시도할 것"이라며 "스타트업의 공정한 경쟁 시도는 불가능하고 국내 운송시장은 국내외 대기업이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된 승합렌터카 공유서비스에 대해 국토부는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택시 감차 추이에 맞춰 운영돼야 한다며 불허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플랫폼 운전자는 택시운전면허가 있어야만 플랫폼 모빌리티를 운행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현재 VCNC 타다, 큐브카 파파가 승합렌터카를 이용해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차차크리에이션은 차차밴을 다음달 중 출시할 계획이었다. 박재욱 대표는 "기존 택시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며 "기존 택시 사업과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을 포함해 국민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승합렌터카 공유서비스 관계자도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현행법 안에서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SK텔레콤 티맵 등 대형 플랫폼 업체도 국토부 안에 맞춘 중개플랫폼을 준비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 앱 플랫폼 사업을 제도화하며 신고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신고 기준이 지방자치단체별로 이뤄지면 사업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는 전국 단위 사업을 구상하는데 지자체마다 신고를 해야 한다고 하면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자체별 기준이 아닌 전국 단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등 전국 개인택시 조합원이 지난달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타다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번 국토부 발표 최대 수혜자로 여겨지는 택시단체는 환영의 입장과 함께 구체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차종·외관·요금 등 택시 규제를 과감히 풀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택시산업을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하려는 의지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택시단체 관계자는 "국토부가 향후 실무 논의를 이어간다고 한 만큼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른 시일에 시행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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