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송희영 주필이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청탁" 증언
2019-08-13 17:52:28 2019-08-13 17:52:2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선임을 앞둔 2015년 초 조선일보 본사 주필실에서 송희영 당시 주필에게 '고재호 현 사장이 연임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13일 서울고법 형사3(재판장 배준현) 심리로 진행된 송 전 주필과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의 항소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송 전 주필은 1심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자신의 처조카 임모씨 취업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고 사장의 연임을 안 전 수석에게 청탁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은 바 있다.
 
검찰 주신문과 안 전 수석의 답변 내용을 종합하면, 안 전 수석은 20151월 무렵 국회의원 시절 친분 있던 조선일보 최모 기자로부터 '송 전 주필이 좀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고 송 전 주필의 연락처를 전달받아 약속을 잡았다. 용건을 먼저 들었는지에 대해 안 전 수석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남 장소를 조선일보로 먼저 정한 게 누구였는지에 대해선 "주필께서 정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송 전 주필 측은 '안 전 수석이 먼저 그 근처에 점심약속이 있어 들르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주필실이 조선일보 코리아나호텔이 아니고 뒤편 사옥에 있어 거기 갔던 기억이 난다"면서 단 둘이 만났다고 회상했다. 대화 내용에 대해선 "교수시절 사석에서 여러 사람과 같이 만난 적 있던 사이라 안부를 묻고, 경제문제에 관해 얘기 나눈 다음 대우조선 문제를 뒷부분에 한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주된 안건은 분명히 대우조선 건이었다"면서 "앞에 경제문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얘길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송 전 주필이 '고 사장이 실적이 좋기에 연임되는 게 대우조선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에 대해 '나름대로 살펴는 보되 인사는 실제 산업은행 회장이나 금융위가 상의하는 거지 제가 개입할 순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고 사장 얘기를 꺼내 '당황스러웠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안 전 수석은 "그렇다"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사석에서, 둘이선 처음 본 자리였기에 그리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엔 '송희영 대우조선 고재호 고대. 박동혁 실장님'이라고 기재돼 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송 전 주필은 고 사장을,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경남고·서울대 후배인 박동혁 부사장을 '고대'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안 전 수석은 "당시 고 사장이 고대(고려대)출신이라 '고대 출신들이 많이 추천하고 있다' 정도 적은 걸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 사장의 연임이 좌절된 뒤 송 전 주필은 안 전 수석에게 '대우는 끝난건가'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당시 독대는 유력 일간지 경제전문기자와 경제수석으로서 충분히 가질 만한 자리였다는 취지로 반박하려 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누구라도 만날 수 있지만 경제수석일 때 개별적으로 만나고 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만남 자체가 특이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언론인을 모임에선 만나도 개별적으로 만난 건 없다"고 일축했다.
 
송 전 주필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직전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초호화 접대' 등 배임수재 혐의로 지난해 2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내달 9일 조선일보 박은주 당시 문화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결심일정을 잡을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등 의혹이 불거진 2016년 12월 당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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