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조국 임명' 승부수 띄웠다
"의혹만으로 임명 않으면 나쁜 선례"…검찰·야권과 정면대결 불가피
2019-09-09 16:22:20 2019-09-09 16:22:2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후보자 지명 한달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할 만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고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주도할 적임자란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그러나 조 장관 본인을 비롯한 일가 다수가 여러 불법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조 장관 등 6명의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례적으로 조 장관 임명 배경도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반대여론을 충분히 확인하고 고심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저는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인사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고 국민의 양해를 거듭 구했다. 이어 "권력기관 개혁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점에서 국민들의 넒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면서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6명의 장관급 인사를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없이 임명하게 된 데 대한 강한 유감도 나타냈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문재인정부의 장관급 인사는 기존 16명에서 총 22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박근혜정부 10명, 이명박정부 17명, 노무현정부 3명을 넘어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일이 문재인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고, 특히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씀과 함께 국회 인사 청문 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고,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의 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지명한 후보자의 하자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정쟁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조 장관 가족이 출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 투자를 받은 업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관련 수사를 시작한 이래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처음이다. '사문서위조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청와대와 검찰 간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하게 보여줬다"면서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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