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언론자본, 광고자본, 속보경쟁, 아주 극단적인 입장의 대립,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증오와 혐오,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이런 것들이 공정한 언론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RSF) 사무총장과 만나 "언론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 또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자유로우면서도 공정한 언론으로서 역할을 다할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정한 언론을 해치는 요소'들을 공개석상에서 조목조목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언론의 공세를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들루아르 총장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로 권력, 자본, 제도, 허위정보, 오보 등이 있는데, 근거 없는 소문, 광고, 기득권의 이익도 포함된다"면서 "정보통신시대에서 제기되는 허위정보, 기득권층의 이해를 담은 잘못된 정보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서 약 30분간 진행된 이날 접견은 RSF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한국 대통령이 RSF 대표단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RSF는 1985년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비정부 기구로 매년 180개국의 언론 자유도를 평가한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RSF가 분석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39위까지 올라갔다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며 지속 하락, 2016년 70위까지 떨어졌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 개선돼 2019년 41위로 올라섰다. 이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고 순위로, 대만(42위), 일본(67위), 홍콩(73위)보다 위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사우디 동부지역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 등 최근 중동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모하메드 왕세자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공동 대처'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공방어체제 구축에 도움을 요청했다. 양 정상이 이를 긴밀히 협의해 가기로 하면서 우리 군의 호무르즈 해협 파병문제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국제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이번 공격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원유의 약 30%를 사우디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면서 "피격시설의 조속한 복구가 이뤄지기를 바라며, 복구 과정에서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흔쾌히 응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모하메드 왕세자는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이번 테러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50%가 줄었지만, 비축량을 긴급 방출하는 등 복구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면서 "현재 3분의 2 가량이 복구됐고, 열흘 안에 생산량의 100% 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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