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블록체인을 간단히 말하면, 분산원장기술입니다. 제3자의 개입 없이 개인간(P2P)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네트워트 안의 모든 참여자가 데이터를 검증, 기록, 보관하는 기술이죠. 지난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인물 혹은 집단이 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 백서를 공개하면서 주목 받았습니다. 이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암호화폐의 출현을 알린 비트코인 외에도 그동안 수많은 암호화폐가 개발됐고요.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만 2880여종에 달합니다. 물론 비트코인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합니다.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어 흔히 암호화폐 대장주로 대접 받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들을 알트코인으로 통칭하기도 하고요.
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종류의 암호화폐들이 출현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암호화폐 분야에서는 주목할 만한 기술적 발전이 이뤄졌고, 이를 '세대(generation)'를 통해 구분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이후로 2013년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분기점이 됐습니다. 비트코인과 다른, 2세대 암호화폐로 이더리움이 부각됐습니다. 먼저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암호화폐였습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 대신에 블록체인을 통한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은행의 중개를 거치지 않는 P2P 방식으로 금융 거래를 하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여기에 '스마트 계약'이란 개념을 기술적으로 구현, 프로그래밍 가능한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이더리움 이전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여러 암호화폐들이 선보였지만, 이더리움을 2세대 암호화폐로 구분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을 통해 암호화폐는 플랫폼의 성격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을 선보이는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도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그럼 1세대 비트코인, 2세대 이더리움 이후는 어떨까요?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가 3세대 암호화폐를 표방하며 경합 중입니다. 이전 세대가 가진 한계들을 극복하고, 보다 실용성을 담보한 기술들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 비트코인의 거래 처리속도는 7TPS(초당 트랜잭션수), 이더리움은 15~20TPS 수준입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신용카드 비자의 경우 평균 2000TPS, 최대 5만TPS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이외에도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의사결정구조나 암호화폐 간 호환성 문제 등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3세대 암호화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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