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가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에서 디파이를 지향한 금융 상품들도 잇따라 선보이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로 디파이 생태계에 동참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들이 금융업의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디파이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IT 기업과 금융사, 블록체인 전문기업들은 디파이를 지향한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출시하거나 개발 중에 있다.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 De-Fi)는 기존 금융기관이 제공했던 송금과 결제,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에 탈중앙화 가치를 내세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다. 은행과 같은 중앙화된 3자의 개입 없이도 개인간(P2P)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디파이 기반의 금융사업을 활발히 추진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격전장이 됐다. 특히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가 준 파급력이 상당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리브라 백서를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스테이블 코인 형태의 리브라 발행을 공식화했다. 리브라를 통해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간편하게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대출, 자산관리 등의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의회를 비롯한 각국 금융당국들이 기존 금융질서의 혼란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우려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서 리브라 발행을 추진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현재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리브라협회에는 페이스북을 비롯해 비자와 마스터카드, 우버, 페이팔, 이베이 등 글로벌 IT 기업과 금융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스타벅스 등은 자체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지원하면서 시장 진출에 나섰다.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에 투자했던 스타벅스는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비트코인 결제도 지원한다.
국내 대기업들도 디파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인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탑재한 데 이어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전략 스마트폰을 늘려가는 상황이다.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폰인 '클레이튼폰'도 내놨다. 일찍이 자회사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 중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최근 암호화폐 사업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일본 금융청에서 라이선스를 발급받고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맥스'를 오픈했다. 라인의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체인'을 개발한 언체인도 암호화폐 지갑 '링크미' 출시를 알리면서 하반기부터 디파이 시장에서 링크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 '클립'을 탑재할 예정이고, 이달 초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하는 암호화폐 '클레이'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들 역시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들을 개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테라와 페이프로토콜, 캐리프로토콜 등이 간편결제 영역에서 암호화폐 기반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이같이 간편결제나 송금 서비스 등으로 제한됐던 디파이 영역이 암호화폐 담보 대출이나 스테이킹, 자산 관리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다만 암호화폐와 관련한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서 원화 서비스를 배제하거나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 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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