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내놓은 2차 대책의 핵심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니코틴 용액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한 폐손상·사망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특히 환자들의 약 80%가 35세 미만 젊은 층으로 확인된만큼 청소년 등 국민의 건강보호 및 안전을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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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 일부나 전부로 해 만든 제품'으로 정의돼 있다. 담뱃잎의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 제품 등은 담배와 동일한 용도와 유해성을 가졌음에도 공산품으로 유통되는 등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모두 수입품으로 11개 회사 36개 품목이지만, 줄기나 뿌리 니코틴을 사용한 담배 유사제품은 70개가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담배 법적 정의를 확대하고자 하지만 관련 법안은 여야 의원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오랫동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환자는 1479명이며 사망자는 33명에 달한다. 환자 79%가 35세 미만이며 이 가운데 15%는 18세 이하 청소년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폐질환 환자들이 감염이 아닌 화학물질에 노출돼 병이 발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0일 이후 현재까지 1건의 의심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환자는 30세 젊은 남성으로 중증 폐질환이 발생하기 2개월~3개월 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쥴·릴베이퍼)를 사용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액상형 전자담배에 의한 폐 손상 의심사례로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23세의 재키 챈이라는 남성이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의 전자담배 액을 채워 넣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증가 추세의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자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폐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정부 조치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은 국민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폐손상의 직접 원인으로 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관련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사용 중단을 권고한 부분은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국회가 적극 나서서 담배 관련 법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금연치료를 위한 제품으로 출시됐지만 요즘에는 일반담배와 이를 동시에 피우는 흡연자가 더 늘었다"며 "사실상 중독을 중독으로 대처하다는 차원에서 결코 국민 건강에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위한 관계부처 합동 2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THC와 가향물질, 용매제 등 7개 성분에 대한 분석을 11월까지 완료하고,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 실험실 연구결과를 2020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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