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몇 달 사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수차례 오른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을 코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선 집값 안정화라는 긍정적 기대와 공급 감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데 뒤섞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이 규제가 강남권을 조준하고 있다며 서민 실수요자에게는 정책 효과가 와닿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강남 집값 안정화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경우 긍정적 기능이 커질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부동산 정보 분석 업무로 업계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장 본부장은 전문가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관찰자로서 차분하게 부동산 시장과 정부 정책을 설명하던 그는 정부 기관이 정비사업 규제는 완화하되 임대주택 공급 등으로 개발 이익을 거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사진/뉴스토마토
업계에 발을 들인지 12년 정도 되는데 전문가가 아닌 관찰자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있나
관찰자가 맞는 표현인 듯하다. 진짜 전문가는 현장에서 중개업하시는 분들이나, 부동산 투자에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저는 시장을 들여다보는 관찰자일 뿐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로 강남 집값 잡기에 힘 쓰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 때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면서 강남권 가격이 올랐다. 그 주변 지역도 덩달아 오르며 서울 주택 시장 전반이 상승한 가격을 쫓아갔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강남을 잡으면 서울 집값이 잡힌다고 보고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가 상한제로 실수요자가 집 사기 좋아질 수 있다는 건가
가능성은 있다. 정부 뜻대로 서울 집값이 전체적으로 잡힌다면 실수요자는 전보다 집 사기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강남쪽 분양가만 저렴하게 나오면 실수요자 혜택이 크진 않을 것이다. 강남은 분양가를 낮춰도 비싸다 보니 진입이 힘들다. 자본 여력이 되는 수요자에겐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강남 분양가만 잡힌다면 소위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이나 관악구 등 서울 내 다른 지역은 시세와 비슷한 돈을 주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투자는 전보다 어려워진다고 보면 되나
단기 투자 수요는 반기지 않을 것이다. 들어갔다가 이익을 보고 바로 나와야 하는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매매사업자 LTV 40% 규제가 신설되고 상한제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도 최장 10년까지 길어진다. 투기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투기 억제가 실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 필요 없는 부자에겐 영향이 없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강남에서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자산이 풍부해 대출이 없어도 강남에 들어갈 수 있는 부자들만 강남에 모일 것이란 의미다. 주택매매사업자 대출 한도를 낮추고 고가 주택 보유자 대출 규제도 강화한다고 하니 정말 능력 있는 이들만 강남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10·1 대책을 두고 정부가 한 발 물러났다는 얘기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6개월 유예했기 때문인데, 그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 유예기간 6개월 뒤면 내년 4월이다. 총선 때다. 선거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풀이된다. 정부가 부동산을 안정화한다며 규제하려 해도 총선 전까지는 강한 규제를 내놓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예상 지역인 강남은 기본이고 마포, 여의도, 목동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런 곳들의 표심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맞는 말이라고 본다. 2007년 때 버블세븐이 있었다. 강남,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이다. 용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가격이 빠졌다가 회복했는데 용인만 고점 회복을 못하고 있다. 주변에 공급이 많아서다. 판교, 광교, 동탄1·2신도시가 용인을 둘러싸고 있다. 일산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0년에 고점을 찍고 회복을 못하는 상태다. 주변에 김포신도시를 비롯해 마곡, 삼송, 지축, 은평 등 공급물량이 많다. 파주도 있다. 특히 일산은 중소형 아파트 비중이 높지만 파주는 중대형이 많아 일산에서 파주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존재한다.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갈 데가 있지만 공급이 없으면 갈 곳이 없다. 수요가 몰리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이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정책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공급을 늘리면 다주택자 투기를 부추기지는 않을지
그런 문제를 고려한다면 어디서든 주택을 지을 수 없다. 돈 있는 사람들은 투자할 만하다 싶으면 어디든 간다.
서울은 땅이 부족하니 공급이 어렵지 않나
좀 극단적일 수 있지만 용적률 규제를 풀어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 한강 전망이 가능한 곳 등 도시경관이 중요한 지역은 용적률 규제에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압축개발을 가능케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공공임대주택 증가를 유도해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면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인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는 용적률 제한 때문에 일반공급 물량이 얼마 안 된다. 여기에 기부채납 부담도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도 적용된다. 그런데 임대를 지으라 하면 어느 조합이 반길까? 공급이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공급 늘린다고 서울과 먼 지역에 공공임대주택 지으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신도시에 지어야 수요 유입이 가능하다. 차라리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아파트를 높이 올릴 수 있게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개입해서 임대아파트 공급 계획을 세운다면 임대아파트 증가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공공임대가 공급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정비사업장에서 꺼리는 게 사실이다. 이미지 개선이 가능할까
정부가 그런 걸 밀어붙여야 한다. 기존 임대주택도 시설을 일반 동 못지 않게 조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공공자금을 투입하는 게 맞다. 공공에 활용하라고 거두는 게 세금이다. 규제로 환수한 재건축 초과이익, 보유세 등이 있으니 재원마련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머리를 굴리면 임대주택 인식을 바꾸고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을 텐데 결정권자들이 깊게 고민을 안 하는 듯하다.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시장이 지금 같을 때 내다보기가 가장 어렵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거래는 안 되는 상황은 예측이 쉽지 않다. 아예 안 좋으면 부양을 위한 요소가 있거나, 과열되면 이를 진정시킬 정책이 있으니 그나마 관측하기가 용이한데, 지금처럼 어정쩡한 상황에서는 보합 판단이 가장 최선의 선택지다.
그럼 연내 전망은 보합세로 보는가
올해 남은 기간은 상승세로 본다. 분양가 상한제가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상한제 6개월 유예 발표 이후, 규제 적용 전에 공급하려는 단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달구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장이 꿈틀거리면 가격을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내년 총선 이후부터 보합조정을 받지 않을까 싶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부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리얼투데이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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