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말하는사람들 대표.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사회적기업 상품·서비스 관련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한 번 이상 사회적기업의 상품·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는 동일 품질이라면 일반 기업보다 사회적기업의 상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대답했다. 아직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소비자들도 착한소비를 할 의향은 충분히 있는 셈이다. 관건은 사회적기업이 만든 질 좋은 제품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다. 착한 제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마케팅이 절실한 이유다. 전문 MC로 오랫동안 일해온 '말하는사람들'의 김재성 대표는 사회적경제 전문 홈쇼핑 '가치홈쇼핑'을 세우고 착한 제품이 소비자 일상을 파고들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 가치홈쇼핑은 사회적경제 마켓이 열리는 현장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현장형 라이브 홈쇼핑이다. 김 대표를 만나 가치홈쇼핑의 가치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가치홈쇼핑을 소개해달라.
예비사회적기업 2년차인 주식회사 '말하는사람들'의 브랜드다. 가치홈쇼핑은 사회적경제에서 나오는 서비스,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마케팅한다. MC군단, 쇼호스트 군단, 기획 군단 등 TF팀을 수시로 운영한다. 전문 MC를 직업으로 16년 동안 일을 해왔다. 사회적경제 마켓이 열리는 곳에서 여러 차례 사회를 보게 되는 경험을 했다. 소셜 미션을 지닌 제품들을 마켓에서 판매하는 청년기업가들을 만나고, 일반 소상공인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들이 만든 베이커리도 있었고, 의미 있는 제품들이 많았다. 그런데 기업 대표님들이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런 제품들을 대신 마케팅하면 어떨까하는 고민 끝에 가치홈쇼핑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 가치홈쇼핑은 TV홈쇼핑이 화면 밖으로 툭 튀어나와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홈쇼핑으로 보면 된다. 상점이 오픈하고, 사회적경제 마켓이 열리는 곳에서 가치홈쇼핑을 만날 수 있다.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서도 생중계된다.
마케팅 방식은.
크게 2가지다. 상점을 오픈할 경우 보통 내레이터모델을 쓰는 일이 많았는데, 가치홈쇼핑에서는 직접 판을 깔아 놓고 제품을 일일이 소개한다. 음식이면 맛을 보여드리고, 옷은 직접 입히고 피드백하며 판다. 또 다른 방식은 사회적경제 마켓이다. 마켓이 열리면 무대가 있다. 방송국 세트장처럼 백월(back wall)을 세우고 테이블을 놓고, 사회적경제 제품을 홈쇼핑처럼 똑같이 홍보한다. 보통 TV홈쇼핑은 전화 구매를 하게되는데, 현장 마켓은 오시는 분들이 살까말까 고민할 때 직접 먹이고 입히고 보여드려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해드린다. 제품 소개에서 끝나지 않고 타임세일 등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사회적경제, 소상공인 제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한다.
사회적경제에서 마케팅의 의미는 무엇일까.
중국집을 새로 연다고 생각해보자. 전단지를 만들까 안 만들까. 당연히 만들어야 홍보가 된다. 이런 비용은 익숙한 비용일지 모른다. 전단지를 자석으로 만들어 붙이는 냉장고 스티커 몇 백장을 뽑으면 1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저희가 사회적경제 마케팅을 전문으로 해드리겠다면서 80만~90만원 정도 이야기를 하는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비용으로는 할 수 있어도 스스로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어려워 하신다. 마케팅에 이만큼 돈을 써도 될까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에서 이런 인식을 깨고 싶었다. 질 좋고 착한 제품이라면 오히려 마케팅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 자신의 제품을 제대로 알리는 데 쓰는 비용은 아까운 게 아니라고 여러 차례 설득을 하면 영상촬영, 바이럴마케팅을 의뢰해주신다. 나는 이런 일을 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설득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경제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자꾸 어딘가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럴수록 더 위축될 뿐이다. 더 과감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을 더 잘 이해한다는 개념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사회경제를 이야기한다. 마케팅도 똑같이 접근한다. 누구나 쉽고 효율적으로 마케팅하려면 가치홈쇼핑을 이용하면 된다. 사회적경제에 속해 있는 누구나 손쉽고 효과적인 마케팅 플랫폼을 찾을 때 가치홈쇼핑을 떠올리도록 하는 게 목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물건이 있을까.
커피를 판매하는 청년기업가가 있었다. 생긴 지 한 달 정도 됐던 곳인데,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해서 의미를 담아 적극적으로 소개하게 됐다. 갖고 오신 커피가 완판됐는데, 청년기업가가 울컥하셨다. 폭풍 눈물은 아니었지만(웃음). 서로 안아줬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이게 제가 가치홈쇼핑을 하는 이유같다. 완판의 희열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방송에서 완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쌓여있는 제품이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눈에서 보이는 제품이 완판됐을 때 더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 있을 때 희열을 느낀다. 소비자는 착한소비를 하신 거고 우리는 착한제품을 소개한거다. 이런 것들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다.
가치홈쇼핑의 김재성 대표. 사진=말하는사람들
그동안 거둔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현장에서 10곳의 회사 제품을 완판시킨 경험이 성과라면 성과다. 무엇보다 마켓을 찾아주신 손님들이 가치홈쇼핑에 오니까 재밌게 제품을 소개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준 것 같아 보람이 있다. 홍보하는 제품들이 잘 팔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1차적으로 가치홈쇼핑을 소비자들과 사회적기업가들에게 익숙하게 만든 게 중요한 성과다.
왜 사회적경제에 집중하게 됐나.
사회적경제 마켓에 가면 잘 만든 제품들을 두고 무료하게 가만히 계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대표 자신이 만들고 파는 제품인데 왜 가만히 계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가라면 소극적인 성격도 잘 승화할 필요가 있는데 말이다. 설득했다. 제품들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만 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해드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설득해서 제품을 무대 위에 올렸더니, 생각한 그림대로 잘 됐다. 좋은 제품을 착한 소비자분들이 많이 구매했다. 사명감도 생겼다.
저도 이런 직업을 갖기 전에는 내성적이고 심한 외골수였다. 집안 사정도 어려워지다보니 계속 힘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인가 즐거운 일만 생각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100원이 있어도 1000만원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살아보자라는 태도가 생겼다. 뮤지컬 배우도 했었고 연극배우로 일했고 백댄서도 했었다. 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 일들만 했었다. 중요한 건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는 점이다. 하다 보니 즐거운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부가적으로 금전적인 문제도 해결됐고. 지금까지 저와 비슷하게 무료함을 겪으셨던 분들을 위해 어떤 계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가치홈쇼핑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사진=말하는사람들
내년 목표는.
상시적으로 영등포에서 가치홈쇼핑이 열리게끔 하기 위해 구나 민간단체와 협의할 예정이다. 사회적경제 제품, 지역 소상공인 제품 등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게 판을 깔아 놓는 일이다. 상시적으로 1주일 2회, 3회 가치횸쇼핑이 매일 열리게 하는 게 목표다.
가치홈쇼핑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보통 TV홈쇼핑에서는 쇼호스트 원맨쇼로 '아, 어, 우와' 호응을 하는데, 마켓에서 열리는 가치홈쇼핑에서는 전혀 차원이 다른다.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에서 아이들이 갑자기 난입을 하기도 한다. 사람 냄새 나는 홈쇼핑이다. 어머님이 갑자기 오셔서 '얼마야'라고 물으시면 라이브방송에 노출된다. 날것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게 다 자연스러운 마케팅이고, 하나의 포인트고 재미다. 관객들이 있고 계속 소통하는 모습이 보인다. 방송 아닌 방송같은 방송같은 느낌. 방청객들이 뒤통수, 앞통수로 출연하는 편안한 분위기다. 의미있는 제품들을 판매하고 마케팅하는, 자연스럽게 모든 게 이뤄지는 현장을 보고 싶으시면 가치홈쇼핑을 방문해달라.
사진=말하는사람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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