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애먼 데서 부작용이 부풀어오르는 모양새다. 주거 안정을 위한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 절벽 공포를 키웠다. 자극 받은 부동산 매수심리가 시장을 띄우는 상황이다.
되살아난 수요는 서울 집값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꾸준히 내려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7월 들어 반등했다. 정부 차원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공론화한 6월 하순 이후 서울 집값의 회복세가 나타난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이 지수는 이달 3주차인 지난주까지도 계속 올랐다.
공급 감소 공포는 청약 경쟁도 달궜다. 지난 7월 서울시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18.13대 1로 직전달 12.42대 1보다 올랐다. 집값도, 청약 경쟁률도, 상승 시점이 미묘하다.
땅이 부족해 재개발·재건축이 사실상 유일한 공급줄인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막히면서 공급 감소 공포가 커져 이같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아랑곳 않고 달아오른 매수 심리를 잡기 위해 추가 규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강력한 대책을 꺼낼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분양가 상한제 지역의 추가 지정 가능성도 제기되는 중이다. 조세 강화 등의 방안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불붙기 시작한 부동산 수요를 규제로 잡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시장의 눈은 수급불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절벽 공포감이 짙게 깔린 이상, 매물의 씨를 말리는 방안은 적절한 조치가 되기 힘들다. 수요자의 조급함을 부추겨 매수세가 강해질 위험이 크다. 다수의 교수와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은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서울 내에 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해 공급 감소 공포를 진정시킬 필요성이 높다. 정부는 신도시 조성 등 수도권 30만호 공급과 여러 대책이 있어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서울 외곽에 물량을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서울 접근성이 보장되는 등 주거 환경이 양호하지 않는 한 수요 분산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의 공급 대책으로는 불안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부동산도 하나의 시장이다. 경제의 기본 원리인 공급과 수요의 영향을 받는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집값 안정화에 성공하려면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불안을 먼저 잠재워야 한다. 당국이 시장의 반응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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