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섭 심리학회장 "게임 질병코드? 불필요한 사회 비용 출혈"
"중독엔 '약물치료가 답'이라는 관행 이어질 우려…'회복'에 방점 둬야"
"게임재단, 심리학회와 공동 연구" 제안도
2019-12-02 14:00:00 2019-12-02 14: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이 게임 질병코드 도입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일으킨다며 우려의 입장을 전했다. 중독 치료가 약물에 의존하는 관행이 게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지역사회 상담'을 통한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게임문화재단에 심리학회와의 공동연구 방법도 제안했다.
 
2일 서울시 동작구 총신대 조 학회장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의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조 학회장은 "게임의 중독 문제와 그 폐해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모든 중독 문제는 원인이 없어, 개인마다 상담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게임 질병코드를 도입하면 모두가 입원, 약물 등 치료법만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이 2일 서울시 동작구 총신대 조 학회장 연구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지난 5월 WHO에서 ICD-11이 통과한 이후 국내 게임업계와 의학계가 ICD-11 도입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갈등이 커지자 국무조정실이 나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한국표준질병분류(KCD) 작업이 이뤄질 오는 2025년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처음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후 4차례 찬반 회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심리학회가 찬성과 반대 가운데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조 학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민관협의체 4차 회의에 참석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게임의 질병코드화가 의료계 중심의 일원화한 치료 방식으로 귀결될 것이라 주장했다. 조 학회장은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시 주요 대상이 청소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소년들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원인은 들여다보지 않고 병원에 보내 약물 진단을 받는 관행이 굳어질 것"이라 강조했다. 학업 스트레스, 부모·또래와 불화 등 다양한 원인은 연구도 하지 않고 중독이라는 이유 하나로 단일 처방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다.
 
한국중독심리학회·한국심리학회가 지난 7월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사진/김동현 기자
 
그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접근법으로 심리(학적)상담과 지역사회 속에서의 회복을 제시했다. 중독자마다 개인화한 상담을 통해 장기적인 상담 프로그램을 짜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역할을 하도록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조 학회장은 게임문화재단에 심리학회와 공동으로 게임 과몰입 문제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의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치료에 중점에 둔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운영 중인 게임문화재단 활동에 변화를 시도하자는 제언이다. 조 학회장은 "게임문화재단과 함께 심리사회학적 모델을 만들어 의료모델과 비교하는 것도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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