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국회의장'급 정치 중량감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상황에서, 그 법무부 장관을 통솔할 총리에는 그와 비슷한 중량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10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청와대가 김진표 카드를 재검토하는 분위기"라면서 "대신 정세균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인사문제에 대해선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에 달린 문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위 위원장이 지난 1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당초 청와대는 '경제총리' 컨셉으로 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차기 총리로 사실상 낙점하고 발표시점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 및 진보진영, 시민사회 등에서 김 의원의 '보수성향'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추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직을 수락하면서, 총리후보의 '급'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가 떨어졌다. 결국 청와대가 경제를 알고 균형감각이 뛰어난 정 전 의장에게 문재인정부 후반기 총리직을 부탁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전 의장이 총리직을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국가의전서열 2위) 출신 인사가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국가의전서열 5위)로 급을 낮춘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몇달 전 '정세균 총리설'이 언급됐을 때 정 전 의장 본인이 "국회의 위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인한 바 있다. 정세균 의원실 관계자도 "금시초문이다. 청와대의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문재인정부의 성공'이라는 대의를 위해 정 전 의장이 큰 결심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정 전 의장은 2005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원내대표이자 임시 당의장(당대표)의 자리에 있었지만, 노무현정부의 성공을 위해 2006년 2월 산업자원부 장관직에 기용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장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느 곳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3일 청와대 본관 충무전실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 당시 헌법기관장들과 차담을 마친 후 오찬장인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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