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0%대에 그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내년에는 1%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하고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 유지되겠지만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 등 공급측 요인이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최근 저물가에는 구조적인 원인도 작용하고 있어 목표수준에 도달하는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 따르면 올해 0.4%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내년에는 1.0%, 2021년에는 1.3%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금년 1~11월중 0.4%로 지난해(1.5%)보다 크게 둔화했다. 반기별로 보면 금년 상반기중 상승률이 0.6%로 작년 하반기(1.7%) 대비 크게 낮아진 데 이어 7~11월중에는 0.1%로 하락했다. 이는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목표(2.0%)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17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위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된 것은 수요요인과 공급요인, 정책요인 모두 물가 오름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면서 "국내경제 성장세가 낮아지며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화됐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지난해 농축수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같은 저물가가 경제 위기나 디플레이션(마이너스 물가상승률)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물가 전망이 많이 어긋난 것은 경제 상황이 예상했던 방향과 다른 쪽으로 진행됐고 정부의 복지정책도 생각보다 강화됐다고 해야 할까, 좀 더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괴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가 제기됐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하고 복지정책 기조도 이어지겠지만 공급측 물가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농축수산물가격 상승률이 예년 평균을 크게 하회했던 금년보다 높아지고 석유류가격 상승률도 유류세 인하 종료 등으로 상승으로 전환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만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속도는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상품시장에서는 글로벌화와 IT기술 발전으로 기업 생산비용이 줄고 있고,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라 유통비용이 절감되는 현상 등이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 경기적, 일시적 요인 외 우리 경제가 다양한 측면에서 저물가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 직접구매와 공유경제 활성화 등 소비행태도 낮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노동시장에서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임금상승이 제약되며 물가 상승압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이 총재는 "저물가에 대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물가안정목표제의 취지는 단기간 내에 달성해야 하는 개념이 아니고 중기적 시계에서 지향해 나가는 목표라는 점에서 물가 움직임만 보고 완화 정도를 추가로 조정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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