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혐의'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 벌금형 확정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대신 국회의원에 후원금 기부
2019-12-18 17:55:06 2019-12-18 17:55:0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요구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대신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대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고재호 전 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공여의 범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고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후인 지난 2012년 3월 말 강만수 전 행장의 요구에 따라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등 7명의 의원에게 총 1740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었고, 같은 달 30일에는 대표이사 선임 건이 의결되는 대우조선해양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었다.
 
5조원대 회계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2016년 7월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 과정에서 고 전 사장은 "후원금 기부 요구를 산업은행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려고 하는데,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도 일정 금액을 분담하란 취지의 업무 지시로 이해하고 후원금을 기부했을 뿐 뇌물공여의 의사로 후원금을 기부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은 고 전 사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만수의 후원금 기부 요구를 업무 지시로 이해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시와 같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관계, 산업은행장 강만수의 지위와 권한, 피고인의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선임 과정, 피고인의 후원금 기부 시기와 경위 등을 두루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적어도 미필적인 뇌물공여의 의사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했다는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만수는 2012년 3월23일쯤 피고인에게 국회의원 명단을 주면서 이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 후원금이 강만수 자신이 주는 정치자금임을 알려주라고 말했을 뿐 산업은행 또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차원에서 내는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회사 자금이 아니라 개인 자금으로 후원금을 기부했고, 기부 후 강만수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원들에게 전화해 후원금이 강만수 개인이 주는 정치자금이라고 알렸다"고 지적했다.
 
기자 출신 사업가에게 110억원 특혜 지원을 해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 2017년 9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4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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