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2일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편안을 통해 대형 통신사들간의 상호접속료 시장에서 무정산 구간을 만든 것은 중소 CP(Contents Provider 콘텐츠 제작사)들이 인터넷망 이용대가 인상에 구애받지 않고 혁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인터넷 시장은 CP와 이용자들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지불하는 소매시장과 ISP간에 인터넷망을 서로 연결하며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한 대가를 주고받는 도매시장으로 구분된다.
인터넷 시장 구조도. 자료/과기정통부
당초 도매 시장에서 망 규모가 동일한 ISP(동일계위)끼리 접속료를 정산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지난 2016년 1월 접속제도를 변경하면서 실제 트래픽량(TB)을 기준으로 상호정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등 CP들은 반발했다. ISP들이 상호접속료를 정산하게 돼 그간 들어가지 않았던 비용이 발생하면서 CP들에게 받는 망 이용대가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ISP사이에서 다양한 CP들의 서비스가 나오면서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망 유지보수 부담이 늘어나 CP들도 망 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상호접속제도를 개편하면서 대형 통신사간 트래픽 교환비율이 1대1.8이하인 경우에는 2016년 이전처럼 정산하지 않는 무정산 구간을 설정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월별 트래픽 교환비율은 3사 모두 1대1.5 이내로 나타났다. 1대1.8은 이러한 실제 트래픽교환비율의 최대치보다 다소 높게 설정된 수준이다. 사용자가 한꺼번에 많이 몰릴 정도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타나 트래픽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대형 ISP들이 상호접속료를 정산하지 않도록 설정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대형 CP보다 중소 CP들의 인터넷망 이용대가 부담을 줄어주기 위해 설정됐다. 규모가 크고 자금력을 갖춘 대형 CP들은 대형 ISP 3사 모두와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ISP 3사 모두와 계약을 맺을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 CP는 1~2개의 ISP와 계약을 맺는다. 이 과정에서 중계접속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ISP들간의 트래픽이 늘어 상호접속료가 올라가 인터넷망 이용대가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가령 A 중소 CP가 KT와 인터넷만 이용 계약을 맺었다면 SK브로드밴드에 가입한 이용자가 A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SK브로드밴드의 망과 KT의 망을 거쳐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계접속이 발생하고 ISP간의 트래픽이 늘어나 상호접속료가 올라가면 A사의 인터넷망 이용대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SP간의 무정산 구간이 넉넉하게 늘어나면 A사와 같이 1~2개 ISP와만 계약을 맺은 중소 CP들이 망 이용대가 인상에 대한 걱정을 덜고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
해외 주요 ISP들도 일정 트래픽 수준까지 무정산 계약을 맺고 있다. 무정산 계약 구간은 미국의 AT&T는 1대2, 버라이즌은 1대1.8, 프랑스의 오렌지가 1대1.5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접속료 무정산으로 상위 ISP 3사가 중소 CP 유치 시 접속 비용을 고려하거나 영업에 활용하지 못하게 돼 경쟁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중소 CP들이 마음껏 서비스를 만들고 선보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제도 개선의 취지"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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