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아파트 조합가입 계약 시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는 것을 알았다면 이후 사업 과정에서 계획이 일부 바뀌어 다른 동·호수를 분양받았더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이모씨 등 23명이 경기 화성시 A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등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조합은 지난 2015년 2월 화성시 배양동 일원에서 공동주택 신축을 위해 설립됐으며, 이씨 등은 아파트 106동과 107동에 속한 지정호수를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조합가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씨 등은 '사업계획이 변경·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애초 1121세대 규모로 신축될 계획이던 이 아파트는 사업부지 중 일부가 확보되지 못해 2016년 1월 1014세대만이 신축되는 것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됐고, 결국 106동, 107동의 신축이 무산됐다. 이에 A조합은 이씨 등에게 다른 동·호수의 아파트로 변경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이씨 등은 조합가입 계약의 해제를 통지하면서 계약금을 반환하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1심과 2심은 이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A조합이 계약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됐고, 이로 인해 이 사건 아파트 106동, 107동이 신축되지 않아 원고들은 지정호수를 분양받을 수 없게 됐으므로 이 사건 계약에 의한 피고의 지정호수 분양의무는 피고의 귀책사유 때문에 이행불능이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들이 당초 지정한 동·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위반이라거나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변경된 사업계획에 의하더라도 신축되는 이 사건 아파트의 규모가 1014세대에 이르러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애초 공급받기로 지정호수 대신 그와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다른 아파트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정도의 변경은 이 사건 각서에서 예정한 범위 내의 아파트 단지 배치와 사업계획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 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 또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등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거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해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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