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많은 흡연자들이 매년 새해가 되면 하는 것이 '올해는 꼭 담배를 끊어야지'라는 결심이다. 하지만 중독성 강한 담배 탓에 금연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시도의 평균 6개월 금연 성공률은 38.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적 금연을 위해선 흡연을 중독되는 질환으로 인식하고 주변 도움을 마다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담배의 백해무익함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담배 연기와 직접 닿는 폐는 담배에 가장 취약한 장기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있다. COPD는 돌이킬 수 없이 기도가 좁아져 숨이 차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이다. 주로 담배를 피우거나 유해가스 노출, 실내외 대기 오염, 폐 감염 등에 의해 기관지와 폐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면서 생기며 흡연이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폐암도 흡연이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이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15~80배가량 증가하며, 간접흡연에 노출돼도 폐암 발생 위험이 1.2~2배 높아 진다"라고 설명했다.
담배 연기 속에 들어 있는 4000여종의 독성화학 물질은 호흡기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모든 장기를 좀먹는다. 최근 유명인들의 투병으로 많이 알려진 췌장암과 구강암은 담배가 확실한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다. 또 발암물질이 대사돼 신장을 거쳐 방광에 모였다가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신장암과 방광암도 유발한다. 뇌졸중에 따른 사망 위험이 2~4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으며, 건선(피부질환), 백내장, 난청, 충치, 골다공증, 위궤양, 임신부의 유산, 남성의 정자 문제 등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남성 흡연자는 13.2년, 여성은 14.5년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료/강동경희대병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는 흡연이 뇌가 담배의 니코틴에 중독되는 '뇌질환'이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연기 속의 니코틴 성분과 함께 독성물질이 폐에 진입한다. 담배 한 개비에 1~2%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다면 2~3mg의 니코틴이 우리 몸에 흡입되는 것이다. 폐를 거친 니코틴은 혈액으로 녹아 들어가 뇌의 쾌락 중추까지 미친다. 니코틴을 흡입해 뇌의 쾌락 중추까지 가는 시간은 7초에 불과하다. 쾌락 중추에는 니코틴이 달라붙을 수 있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는데, 수용체에 니코틴이 결합하면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상을 받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등 즐거움을 느끼면 뇌에서 분비되는데, 술·담배·마약 등 약물의 영향으로도 분비된다. 문제는 약물로 분비되는 도파민양이 훨씬 많다. 이로 인해 맛있는 음식, 화목한 가정, 연애, 성관계 등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으로는 쾌감을 못 느끼게 된다. 특히 흡연 양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수용체 수가 점차 늘어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필요하다. 금연해도 니코틴 수용체 숫자가 흡연 전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다.
흡연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담배를 끊는 것밖에 없다. 흡연자가 1년간 단 한 개비의 담배도 태우지 않으면 일단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 1년간 금연한 사람의 80~90%는 장기간 금연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미 니코틴에 중독된 흡연자가 스스로 금연에 성공하긴 어렵다. 금연 전문가들은 만약 금연을 시작할 날짜를 정했다면 보름에서 한 달 전부터 금연을 준비해야 성공률이 높다고 강조한다.
무작정 금연에 도전하면 신체·심리적 금단증상을 이기지 못해 대부분 금연에 실패한다. 금연을 미리 준비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금연 치료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은 뇌의 니코틴 중독이 원인이기 때문에 뇌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개발됐다.
약물요법은 니코틴 중독이 심해 수차례에 걸쳐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들에게 도움 된다. 임상연구결과에 따르면, 금연 성공률이 30~40%에 이른다. 금연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로는 항우울제의 일종인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라인'이 있다. 금연 전문치료제의 성분으로 쓰이는 바레니클린은 도파민 분비를 늘려 니코틴 보충 없이도 기분을 좋게 해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을 동시에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니코틴 성분을 함유한 패치나 껌·사탕도 있다. 담배의 독성물질은 제거하고 뇌가 필요로 하는 니코틴만 서서히 공급해서 금단증상과 흡연욕구를 완화시킨다. 니코틴 용량을 줄여가며 세 달 동안 사용한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우선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 정도만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특히 금연일이 정해지면 본인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고 금연을 지지해줄 서포터를 영입하는 차원에서 가족과 회사 동료에게 금연 시작을 선포해 '입소문'을 내면 좋다. 조용히 금연을 시작한 사람은 대부분 다시 조용히 담배를 입에 물기 쉽다.
이밖에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줄이고 과식과 고지방 음식은 피한다. 미국 암연구협회에 따르면,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충분한 양의 야채를 먹으면 담배와 관련된 독소 성분을 줄일 수 있다. 과도한 음주 역시 금연 의지에 좋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 종로구청 인근 도로에 금연구역을 알리는 불럭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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