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태극기 훼손 행위 처벌 형법 조항은 합헌"
"국기 대한 존중 보호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
2020-01-07 18:16:33 2020-01-07 18:16:3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태극기를 태워 훼손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형법 제105조 중 국기에 관한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4(합헌)대 2(일부위헌)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형법 제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15년 4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던 중 종이 태극기를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A씨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을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검사가 항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형법 제105조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을 모욕'한다는 것은 '국사공동체인 대한민국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추상적 또는 구체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고, 실제 추상적 또는 구체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에 해당하는지는 사회적 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한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심판대상조항이 금지·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해당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국가의 대표적 상징물인 국기를 존중·보호함으로써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이 국기에 대해 가지는 존중의 감정을 보호하려는 목적에 입법된 것이므로 이러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고,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표현 방법을 규제하는 것으로 국가에 대한 비판을 일체 불허하는 것이 아니라 국기가 가지는 고유의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을 가지고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국기모독 행위를 처벌한다고 해서 이를 정부나 정권, 구체적 국가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곤란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범국민투쟁본부의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심판대항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국기의 사용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국기를 게양하거나 몸에 감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기를 훼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진·문형배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처벌의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이유에서 국가 상징물로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나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공용에 공하는 국기'의 모독 행위만을 처벌하고, 그 밖의 국기에 대한 손상, 제거, 오욕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일부위헌의견을 냈다.

지난해 9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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