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시민단체와 세월호 유가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로 이관하는 것이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심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므로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녹색당, 세월호 유가족이 낸 박 전 대통령의 기록물 이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정보공개센터와 녹색당은 지난 2017년 4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기록물의 국가기록원 이관과 보호 기간 지정을 추진하자 알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이러한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세월호 유가족도 대통령기록물법이 근거가 없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고, 탄핵당한 대통령의 기록물까지 지정기록물로 보호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지정 권한을 황교안 권한대행이 갖게 되면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7년 3월14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비서실과 대통령기록관의 간판이 겹쳐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 관리 업무 수행기관의 변경은 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국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경하지도 않으므로 국가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에서 행하는 공권력 작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이관 행위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헌법소원 심판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직접적인 법률 효과를 발생시켜야 하고, 청구인의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키기에 적합해야 한다"며 "공권력의 행사가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청구인에게 어떠한 부담이 가해졌다고 평가할 수 없고, 따라서 기본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이관 행위는 대통령기록물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른 대통령기록물 관리업무 수행기관의 변경 행위로서 법률이 정하는 권한 분장에 따라 업무수행을 하기 위한 국가기관 사이의 내부적·절차적 행위에 불과하다"며 "일반적으로 국가기관 간의 내부적 행위나 행정청의 지침, 의견 진술, 행정 규칙 등을 법적 구속력이나 외부 효과가 결여돼 있어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어떤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해 보호 기간이 지정되는지는 대외적으로 공개·공표하지 않고,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4항에 따라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열람 등을 허용한다"며 "따라서 보호 기간 지정 행위 자체는 국가기관 사이의 행위로서 국민을 상대로 행하는 직접적 공권력 작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7년 7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전문가협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알권리연구소 관계자들이 '청와대 캐비닛 문서' 관련 기록관리·정보공개 전문가 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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