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검찰에 출석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4분쯤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검찰총장의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8개월이나 덮어뒀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확신한다"며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말 제가 울산 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습니까. 입증 못 하면 그땐 누군가는 반성도 하고, 사과도 하고, 그리고 또 책임도 지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왜 손에서 물이 빠져나가듯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지 아프게 돌아봤으면 좋겠다"며 "모든 권력기관은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날 임 전 실장을 상대로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9일 이번 수사와 관련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비서관,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시장은 지난 2017년 9월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인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고, 황 전 청장은 그해 10월부터 해당 수사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비서관은 송 전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비위 정보를 재가공한 범죄첩보서를 그해 11월부터 12월까지 박 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울산지방경찰청 등에 하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같은 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광철 비서관은 백 전 비서관 등과 함께 김 전 시장 측근의 비위 첩보 수집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임 전 실장과 이 비서관 등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4·15 총선 이후 처분할 예정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 수사와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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