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세에 맞춰 국내시장에 도입됐던 OTT셋톱박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국내 시장에 최초 도입했던 딜라이브를 제외하곤, 후발주자였던 LG헬로비전과 KT스카이라이프가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스마트폰으로 OTT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OTT박스의 성장이 제한적인 까닭으로 풀이된다.
31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은 OTT박스 뷰잉에서 실시간 콘텐츠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3월 순차적으로 종료한다. 뷰잉 기기 판매뿐만 아니라 무료로 제공하던 실시간 채널, VOD 서비스가 중단된다. LG헬로비전은 뷰잉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환불 및 보상기준을 3월 중 공지할 예정이다.
2017년 출시된 뷰잉은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플레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셋톱박스였다. 모바일에서 주로 즐기던 OTT 콘텐츠를 TV에서도 즐길 수 있는 여러개의 스크린(N스크린)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회사 관계자는 "OTT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셋톱박스형 OTT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뎌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델들이 뷰잉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헬로비전
OTT 셋톱박스의 시장 철수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앞서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12월 TV기반 OTT 서비스 텔레비(TELEBEE)를 종료했다. 지난 2017년 약정없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9개 채널로 구성된 기본팩을 비롯해 영화, 스포츠 등 채널당 550원 정도의 요금을 내고 선택적으로 골라볼 수 있는 상품으로 출시됐지만, 한정적인 가입자 영향으로 서비스를 접게됐다. 서비스 종료 기준 판매됐던 OTT박스는 3만7000대 수준이었다.
이들 모두 OTT 사업방향을 모바일에서 즐기는 콘텐츠를 TV에서도 볼 수 있는 N스크린 개념으로 인식했다. 콘텐츠에 차별을 주기보다는 매체의 확장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 패턴을 보면 TV 중요도는 하락하고, 스마트폰 중요도는 상승하고 있다. 특히 OTT의 경우 이용률이 스마트폰에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OTT 시청기기 활용도는 스마트폰이 91.6%, TV 수상기가 5.4% 순으로 조사됐다.
양사는 서비스 개편을 예고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자사 유료방송 요금제에 OTT 콘텐츠를 추가해 시청할 수 있는 토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 등 개인기기에서 연속해 보는 기능도 지원된다. LG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와 OTT 재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 성장세에 OTT박스가 블루오션으로 보였지만, 막상 기존 OTT에 직접 접속하는 이용자들이 많아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며 "OTT박스 간 차별성 없이 서비스를 얹기만 한 것이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업 철수로 딜라이브만 OTT박스 사업을 이어가게 됐다. 2016년 7월 딜라이브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42만대를 판매했다. 넷플릭스와 손잡은 데 이어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와 협업을 통해 딜라이브플러스 OTT박스의 밸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딜라이브 OTT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매달 업데이트 하는 방식으로 3만여편을 보유하고 있으며, 딜라이브I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OTT박스와 모바일을 연동해 콘텐츠를 볼 수도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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