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전쟁 중인 KCGI가 '구조조정은 없다'며 직원 민심 잡기에 나섰다. KCGI 주주연합과 조 회장 지분율이 1%p 안팎 차이인 가운데 최근 한진그룹 노동조합이 KCGI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소액주주표를 잃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시멘트,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한 이후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다"며 "기업을 한다는 것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 없애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인수 후 매각한 회사들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이 어려워진 원인은 산업 환경 변화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최고경영책임자에 있다고 본다"며 "윗부분을 뜯어고치지 않고 직원을 잘라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성부 KCGI 대표(왼쪽)가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권 확보 후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오른쪽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직원들 "KCGI는 투기자본"
KCGI는 지난달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 경영권 제동에 나섰다. 하지만 조 전 사장과의 연합은 오히려 독이 됐다.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경영인 교체를 주장했는데, 조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회항' 등의 사건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떨어뜨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의심의 눈초리로 KCGI를 지켜봤던 임직원들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후에는 완전히 등을 돌린 분위기다.
직원들은 KCGI가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비슷한 사모펀드라고 여기고 있다. 엘리엇은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경영 참여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후 되파는 전략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투기자본은 기업의 미래보다는 기업을 팔면서 발생하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KCGI도 엘리엇처럼 경영권을 획득한 후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한국공항 노동조합은 KCGI의 공세가 거세지자 최근 공동 입장문을 통해 "투기 펀드에 몰려든 돈을 불려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고자 혈안이 돼 있는 KCGI의 한진그룹 공중 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그들 안중엔 노동자의 삶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강 대표는 노조가 우려할만한 일은 없다면서 이들을 설득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식의 보도가 많아 두려워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직접 만나 설득하고 진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진그룹 노조
뒤늦은 '민심 달래기'…분위기 반전은 '글쎄'
다만 이러한 강 대표의 '민심 달래기'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취임 후 조 회장은 자율 복장, 점심시간 자율선택제 등 크고 작은 사내 분위기 변화를 꾀했는데 직원들은 이같은 행보를 두고 '전에 없던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내 게시판이나 직장인 정보 공유 애플리케이션 등에는 조 회장의 미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포국제공항 근무자들이 여러 차례 요청한 구내식당 품질을 개선하거나, 항공기에 탑승할 때도 다른 총수 일가와는 달리 승무원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글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중국 우한을 오가는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한 후에는 사내 게시판에 직원들이 자랑스럽다는 글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이날 강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직원이 가슴 뛰는 회사로 만들면 좋지 않나"라며 한진그룹을 이익이 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은 물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경영한 지난 1년을 경험한 임직원들이 조 전 부사장이 속한 주주연합에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 시선이다.
한편 KCGI 주주연합 총 지분율은 37.08%다. 최근 반도건설이 5%가량 지분율을 늘리며 조 회장 연합 35.61%보다 소폭 앞서게 됐다. 한진칼 주총은 오는 3월 25일께 열릴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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