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임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산림조합과 계약을 맺고 일했더라도 건설 현장에서 근무했다면 일반 건설 근로자와 같이 주휴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박모씨 등 9명이 A산림조합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조합과 일용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1년~8년간 건설 현장에서 임도 보강, 등산로 정비, 재해 예방, 사방 작업 등의 근무를 하고 퇴직한 박씨 등은 자신들이 건설업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55조, 제56조에서 정한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는 A조합의 사업이 '그 밖의 임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근로기준법 제63조 제1호는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식(재식)·재배·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심과 2심은 "피고가 수행하는 사업은 전체적으로 볼 때 임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들에게는 근로기준법 제55조, 제5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원고들이 근로 형태는 외형적으로 볼 때 일반 건설 현장에서의 근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으나, 원고들이 참여한 공사는 산림의 복구, 보전, 정비, 재해 예방 등을 통해 산림의 기능을 유지·발전 또는 회복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그 실질적인 사업의 성격은 전체적으로 볼 때 '임업'의 하위분류인 '영림업' 또는 '영림 관련 서비스업'에 가깝고, 이는 일반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건설 사업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가 여러 업종을 수행하는 경우 그 사업이 어느 범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업종별 근로자 수를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데, 피고의 상근직원 중 70%에 가까운 다수가 '영림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고,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하더라도 약 58%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영림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주된 사업은 임업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가 건설 현장에서 영위하는 사업은 피고의 주된 사업인 임업과 구별되고, 그 사업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1호에서 규정한 '그 밖의 농림 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의 주된 사업장인 영림 사업장이 아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근로를 제공했는데, 그 건설 현장은 영림 사업장과 장소로 분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건설 현장에 연중 상시로 원고들과 같은 일용직 근로자를 투입했지만, 영림 사업장에는 기후의 영향을 고려해 특정 기간에만 근로자를 투입했다"며 "이에 따라 건설 현장과 영림 사업장에 투입된 인력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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