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경기 일부 지역의 주류판매업자들이 유흥음식점(업소용)에 납품하는 소주·맥주·양주 가격을 수년간 짬짜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여주 지역의 주류도매시장을 60% 이상 점유하는 주류판매업체들로 주류 값 인상과 구역 나눠먹기를 해왔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공정위는 세종주류상사, 제일상사, 북성상사 등 여주시 일대의 주류도매사업자를 담합행위로 적발했다.
위반 내역을 보면, 이들은 여주시 소재 주류소매업자들에게 판매하는 주류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공동가격표를 만들었다. 이 후 각자 소속된 영업사원을 통해 거래하던 주류소매업자들에게 통보했다.
여주시에 각자 소재지를 두고 있던 이들은 물류통합 등 비용절감을 위해 지난 2003년 5월 9일 여주읍 점봉리에 위치한 제일상사 사옥으로 한 차례 이전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04년 11월 여주시 주내로로 소재지를 이전하면서 한 지붕에 둥지를 틀었다. 담합 합의는 제일상사 사옥을 함께 사용한 2003년 5월부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여주시 3개 주류도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적발, 지난달 28일 시정조치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정위 조사에서도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제일상사 전 대표이사 주 모 씨의 주도로 당시 공동가격표가 작성됐다고 봤다. 주류제조사 공급가격이 인상될 때 마다 이들의 공동가격표도 변경된 것.
공급가격을 보면 2007년 5월~2012년 12월 말까지 3만4500원이던 업소용 참이슬(360㎖ 병제품 30병 박스)은 2013년 3만7000원, 2015년 12월부터 3만9000원으로 공급가격을 변경했다.
맥주는 500㎖ 제품 20병인 업소용 중맥을 2만8000원에서 3만500원, 3만2000원으로 공급폭을 올렸다. 300㎖ 제품 30병인 소맥도 3만1000원에서 3만2000원, 3만3500원, 3만5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실제 담합을 실행한 시기는 2013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매출액 상위 2개 품목의 실거래평균가격에서 드러났다.
북성상사의 업소용 참이슬가격은 2013년 3만3285원에서 2014년 3만3354원, 2015년 3만3634원, 2016년 3만5233원, 2017년 3만5240원, 2018년 6월까지 3만5279원으로 인상했다.
세종주류상사도 2013년 3만2961원부터 인사폭을 올리는 등 2018년 3만5171원으로 유사한 수준이었다. 제일상사도 업소용 참이슬 값을 3만3073원~3만5001원까지 유사하게 올렸다.
특히 제조사의 소주값 인상이 있던 2015년 이후부터 2016년까지의 실거래평균가 변동폭은 3곳 모두 비슷했다. 더욱이 해당 기간에는 3만3000원대에서 3만4000원·3만5000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맥주값 인상 시기인 2016년부터는 카스 값도 2만7000원에서 2만9000원대로 3곳 모두 뛰었다. 가정용도 유사한 패턴이었다.
뿐만 아니다. 각자 거래하는 주류소매업자가 겹치지 않도록 세종주류상사는 시내(중앙동, 여흥동), 금사면, 산북면, 대신면을 설정했다.
제일상사도 시내(중앙동, 여흥동), 홍천면, 점동면, 능서면, 가남읍을 독점영업 구역으로 정했다. 북성상사는 시내(중앙동, 여흥동), 오학동, 북내면, 강천면을 맡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의 시장점유율이 61%에 달한다”며 “여주시 가정·유흥음식점용 주류도매시장에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해 시정조치했다”고 말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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