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50대 가정주부 A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코로나19 사태에 불안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확진자 증가 추이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공포와 긴장감은 여전한 상태다. 특히 증세가 심해져 사망한 사람들이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진 이들인데,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은 고령의 남편의 건강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예방을 위해 철저히 마스크 착용을 해왔지만 동이나 버린 물량에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내용을 읽어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주변에서도 정확히 알고 있는 이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5일 공적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지정된 요일에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가격은 1장에 1500원으로 고정 판매되며, 1인당 2매씩만 구매 가능하다. 판매처는 동단위는 일단 약국으로 한정된다. 우체국과 하나로마트는 이번 주 내로 중복구매확인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5부제 시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과 경기 등 도심지역은 포함되지 않는다. 수급 해결을 위해 늘린 생산 물량에도 부족할 것이 뻔한 공급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작정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은 물론, 대리구매 시에도 필요한 신분증이나 증빙 서류 등이 있어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마스크 5부제에 따른 구매 가능 기준은 출생년도의 끝자리다. 제도 시행일인 9일 월요일은 출생년도 끝자리가 1과 6인 인원이 구매 가능하며 △화요일(10일) 2와 7 △수요일 3과 8 △목요일 4와 9 △금요일 5와 0인 식이다. 예를 들어 1986년생 B씨와 1995년생 C씨의 경우 B씨는 월요일, C씨는 금요일에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평일에 구매하지 못한 인원들에 한해 구매 가능하다. 구매를 위해선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등 전체 생년월일이 포함된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
노인과 어린이, 요양급여수급자 등은 대리구매도 가능하다. 2010년을 포함한 이후 출생 어린이와 1940년을 포함한 이전 출생 노인,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장애인 등이 대상이다. 다만 장애인을 제외한 경우에는 주민등록상 동거인이어야만 대리구매가 가능하다. 대리구매자는 본인의 신분증과 동거여부 증명을 위한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해야한다.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의 경우 장기요양인증서가 추가 제시돼야 한다. 대리구매자의 경우 말 그대로 대신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일과 자신의 출생년도 끝자리가 맞지 않으면, 약국을 찾아다고 해도 본인의 마스크는 구매할 수 없다.
만약 주말을 포함해 한 주동안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고 해도 다음주에 4장을 구매할 순 없다.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물량 이월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또 중복구매시스템을 통한 본인 인증이 필수적인 만큼, 오랜 기간 방문한 약국이라고 해도 증빙을 하지 않고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고자 시행한 제도지만 시행 초기 혼란은 존재한다. 대기인원은 5분의 1정도로 줄었지만, 한정물량에 5부제 적용 이후에도 구매를 장담할 순 없다. 또 약국별로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이 상이해 들어오는 시간을 모르면 무작정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약국 역시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부족한 물량과 손에 오늘 몇 장이 들어올지, 몇 시에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 짐작되는 시간은 있지만 정확하지 않아 공지를 하기도 난감하다.
실제로 9일 오전 9~11시 서울 구로구 일대 12곳의 약국을 방문한 결과, 12곳 모두 당일 분의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판매시간을 공지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일부 약국은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했던 인원들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이날 방문한 한 약국의 약사는 "당장 내일이라도 들어오는 물량과 시간을 알면 손님들에게 공지하겠지만, 물량이 쏠린 탓에 도매상 역시 정확한 시간과 수량을 알 수 없어 답변을 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매일 도착 시간이 달라질 것 같아 공지를 하기도 애매하다"라고 말했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출생연도의 끝자리가 1번인 시민이 신분증을 보여주며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약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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