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전 세계적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국산 진단키트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과 국내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됐던 전염병이 미국과 유럽 등으로 번지며 관련 성능이 검증된 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공급문의가 쇄도하는 양상이다. 이에 당초 일부 벤처기업들에 한정됐던 이 분야는 최근 셀트리온과 휴온스 등 굵직한 바이오 기업도 끌어들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진단키트의 경우 의약품 대비 낮은 기술장벽과 제한적 시장성에 일부 벤처기업들 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실제로 현재까지 국내 사용이 승인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총 4개 품목이다. 지난달 4일 가장 먼저 승인을 획득한 코젠바이오텍 '파워체크'를 비롯해 △씨젠 '올플렉스(2월12일) △솔젠트 '디아플렉스Q 노블 코로나바이러스' △SD바이오센서 '스탠다드M 코비드19 리얼타임키트 등이다.
하지만 중국과 국내에 쏠렸던 감염자들이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및 미국 등 국가를 가릴 것 없이 속출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전염병에 기민하지 못했던 해외 국가들이 최근 국산 진단키트 조달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진단키트 개발 회사는 "코로나19 발병이 심각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과 중동에서 공급 문의가 있었다"라며 "해외 국가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말부터 공급 예정"이라고 밝혔다.
좁은 내수시장 특성상 마땅한 시장성을 기대하지 않았던 업계는 해외 진출이라는 개발 동력을 얻었다. 다수 제약·바이오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임상 절차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단기간 성과 도출이 어렵다는 점도 진단키트 쏠림을 야기한다. 실제 현재 40개 이상의 진단키트가 국내 긴급사용승인 허가 대기 중이다. 특허법 상 출원 이후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 공식 집계 발표가 가능하지만 최근 시장 출시 이후 입지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개발 업체들의 관련 특허 출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앞서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과 휴온스도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진출을 선언했다.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을 통해, 휴온스는 개발사의 국내외 판권 확보를 선택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12일 서정진 회장이 직접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15분 내 진단이 가능한 신속진단키트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이미 2주전 개발에 착수한 상태며, 유관기관 협조로 공급받은 회복환자의 혈액을 활용하는 방식의 키트다. 3개월 내 상품화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휴온스의 경우 '진프로 코비드19 진단키트'로 질병관리본부 긴급사용승인 심사를 진행 중인 젠큐릭스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국내 및 해외 공급 판권을 확보했다. 바이오시밀러와 뷰티&헬스케어 분야에서 대표되는 두 기업의 사업 진출 선언은 현재 진단키트의 사업성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다만, 과열된 진출 열기 속 품질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해외 수출 계약을 체결한 품목 대부분은 기존 허가 키트들이 채택한 분자진단 방식(RT-PCR)이 아닌 면역진단 방식이다. 분자진단 방식은 전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고 2~6시간이 걸리는 검진시간을 15~30분정도로 단축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자진단 방식에 비해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 역시 긴급사용승인 품목을 분자진단 방식에 한해 권고 중이다. 특허 역시 다수 기업들이 특허 출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등록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자진단 방식 키트 역시 고가장비나 전문 인력이 부족한 환경에서의 진단을 위해 활용될 가치는 충분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 관련 사업을 영위한다고 해서 무조건 역량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수출품목의 경우 긴급승인 또는 임상 데이터를 통한 증명이 필요한 만큼 해당 품목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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