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믿고 타시면 됩니다. 중고차는 트라이브가 모두 케어해주니까요."
최근 서울 강남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만난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는 중고차 구독서비스 트라이브(TRIVE)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트라이브는 트러스트(trust)와 드라이브(drive)의 결합어로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전 대표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판매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레몬마켓인 중고차 시장에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앞세워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중고차 시장은 고장에 대한 우려, 딜러에 대한 낮은 신뢰 등으로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분류되는데, 중고차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구독 개념을 붙여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라이브는 신차를 소유하는 것도, 쏘카처럼 공유하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지점에 있는 '구독' 서비스다. 신차 소유는 목돈에 취득·등록세 부담이 있고, 중고차 구입은 일정 부분 목돈이 들어가고 고장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 공유는 여러 사람과 나눠 타는 걸 선호하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반면 트라이브는 최소 6개월 단위로 매월 일정액만 지불하면 해당 기간 자신의 소유처럼 차를 탈 수 있다. 전 대표에 따르면 현재 35대 이상이 구독 중인데,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많이 한다. 구독자는 구독 기간 고장 수리, 세차 등을 일체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주유만 하면 된다. 더트라이브는 원활한 차량 확보를 위해 수원에 자회사로 중고차상사를 두고 있다. 현재 150여대의 중고차 풀이 있으며 수입차가 많은 편이다.
트라이브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구독경제는 생활가전 렌털뿐만 아니라 유튜브·넷플릭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확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2015년 4200억달러(약 492조원)에서 올해 5300억달러(약 62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신차 중개 O2O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전 대표는 구독경제 시대와 맞물리며 2018년 4월 중고차 구독 서비스로 피봇했다. 전 대표는 "2018년만 해도 차량은 아직 소유라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는데, 현대자동차에서 씨드투자를 받게 되면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먼저 나온 유사 서비스도 중고차 구독에 관심이 늘어난 원동력이다. 전 대표는 중고차 구독 서비스가 해외서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타트업 페어(FAIR)와 영국 스타트업 드로버(Drover)가 대표적이다. 전 대표는 "페어의 경우 론칭 2년여 만에 4만5000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이중 1만5000여명은 우버 드라이버"라고 소개했다. 차량에 대한 인식 변화도 사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줬다. 그는 "점점 차량 소유기간도 짧아지고 있고, 소유에서 소비로 이동하는 트렌드를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트라이브는 구독자 편의를 위해 웹 서비스 이외에 앱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카드와 제휴해 중고차 구독 서비스 전용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트라이브에서 '트라이브 애니플러스 카드'로 이용료를 결제하면 요금을 할인해준다. 월 70만원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면 연간 약 15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전 대표가 7년가량의 직장생활을 접고 창업을 결심한 건 인도에서 함께 근무했던 친구들 덕분이다. 차량 관련 인도 IT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직장 동료들이 하나둘씩 창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2016년 퇴사, 인도 현지로의 복직 갈림길에서 창업을 선택했다. 전 대표는 "인도에서는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정말 자연스럽게 창업을 선택했다"며 "친구따라 강남을 가게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트라이브는 올해 두 가지 단기 목표를 정했다. 먼저 상반기 안에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중고차를 매입해 구독차량을 확보하는 데 자본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추가 투자가 필수적이다. 올해 구독차량을 500대 이상 확보하는 것도 목표다. 전 대표는 "타 상사와 제휴하다 보면 퀄리티 콘트롤이 어려울 거 같아 100~200대까지는 자체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후 문제점을 보완해 플랫폼 형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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