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다음 달 16일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이 검찰에 구체적인 수사 요청 사항을 전달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 등 단체는 26일 검찰 수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찰청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 진상 규명을 위한 12가지 수사 요청 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정일 세월호 참사 고소·고발 대리인단 단장은 이날 오전 11시 의견서 제출 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고소·고발장에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일지라도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최소한 밝혀야 할 사항을 50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서로 접수하려고 한다"며 "의견서 내용은 특수단이 수사를 종료하고 결과를 발표할 때 과연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그리고 제대로 수사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배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저희 가족들은 큰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긴 시간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단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분, 그리고 덧없이 죽어간 엄마, 아빠 가슴속에 담아놓은 우리 아이들이 왜 구조받지 못하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것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성역 없이 재수사할 것이고, 백서를 쓰는 마음으로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특수단의 말을 믿고 지금까지 기다려 왔지만, 더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간절히 원하는 시민과 함께 앞으로 가족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의견서에서 △AIS(자동식별장치) 진위·조작 여부 △DVR(영상녹화장치) 조작 여부 △조타실과 기관실 선원 핀셋 구조의 경위 △선장 이준석의 1시간 행적 △양대홍 사무장이 스즈키복(검은색 상·하 일체형 작업복)을 입은 채 수습된 이유 △경빈군을 외면한 구조 세력 △참사 당일 청와대 NSC 기록과 김기춘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행적 △2014년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1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강제 해산 등 진상 규명 방해자 △국가정보원의 선원 심문 여부와 그 내용 △2기 특조위 요청 수사 과제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서의 범행 의혹 등 12가지 수사 요청 사항을 제시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정일 세월호 참사 고소·고발 대리인단 단장이 특별수사단에 전달할 12가지 수사 요청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가족협의회는 지난해 2차례에 걸쳐 △박근혜정부 책임자 △해양경찰 등 현장 구조·지휘 책임자 △세월호 참사 조사 방해 책임자 △전원구조 오보 보도 관련자 △희생자 비방·모욕 관련자 △기무사령부 관계자 △감사원 관계자 등을 특수단에 고소·고발했다. 특수단은 이 중에서 해경 지휘부 일부만을 재판에 넘겼다.
특수단은 지난달 18일 김석균 전 해경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김문홍 전 서해지방해경 목포해경서장, 최상환 전 해경 차장,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1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치상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김 전 청장 등은 김모 전 목포해경 123정장과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 유도와 선체 진입 지휘 등으로 최대한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승객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기소된 김 전 정장은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수사단은 현재 △임경빈군 구조 지연 의혹과 관련한 해경 지휘부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불법 대출 의혹과 관련한 산업은행과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의 업무상배임 혐의 △세월호 CCTV 영상이 저장된 녹화 장치인 DVR의 조작·편집 의혹과 관련한 해군과 해경 등 관련자의 증거인멸 혐의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한 전 기무사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참사 6주기 추모의 달 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를 참사 6주기 추모의 달로 선포했다. 이 기간 기억문화제, 광화문 기억관 재개관 등 추모행사를 비롯해 진상 규명 현황과 과제 공개토론회, 책임자 낙천·낙선 운동 등이 진행된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모의 달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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