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조주빈 공범에 "반성문 이러려면 안 내는 게 낫다"
전 공익요원 강모씨 "저는 억울" 반성문 제출...재판부 '허탈'
2020-04-10 12:02:38 2020-04-10 12:07:44
[뉴스토마토 왕해나·최기철 기자]"강OO씨, 이렇게 쓰는 걸 반성문이라고 얘기는 잘 안 할 것 같은데. 이런 반성문은 안 내시는 게 낫겠어요."
 
10일 일명 '텔레그램 성착취범' 조주빈에게 살인을 청부한 강모씨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장이 한 조언이다. 강씨는 전 구청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으로 일하며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빼 내 조주빈에게 제공하는 등 성착취범죄에 가담한 인물이다. 범죄수익인 암호화폐 관리와 '텔레그램 박사방'을 홍보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고교 담임교사였던 A씨를 17차례에 걸쳐 협박하고, A씨의 아이를 살해해 달라고 조주빈에게 400만원을 건넨 혐의(살인 음모)도 받고 있다. 강씨는 2018년에도 A씨를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전과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손동환)는 이날 A씨의 살인음모 혐의 등을 먼저 심리했다. 조주빈과 그 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강씨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한다는 의미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지난 2월4일에 두번, 지난 7일에 한번으로 총 세번이다.
 
강씨의 반성문은 법정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가 지적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강씨는'저만 고통받으면 그만인데 범죄 관계와 동떨어진 (저의) 가족과 지인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줄거리로 이해된다.
 
손 부장판사는 "어떤 말씀인 줄은 알겠지만, 원하는 바가 반성하는 태도를 재판부에 알려주시는 것이라면 생각하고 쓰시는 게 본인에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또 "본인이 자꾸 자신이 억울하다는 태도를 취하면...최소한 지금의 상황이 좋지 않다. 피해자 생각하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강씨 변호인은 "피해자한테 할말 없느냐 하면 '더 이상 살아갈 마음 없다. 엄벌에 처해달라'고 했는데 그것이 지금 피고인 마음"이라며 "표현방식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심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조주빈 등 공범들과의 재판 병합 문제등을 정리하기 위해 속행했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지난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왕해나·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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