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세계경제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미국 및 유럽 주요 국가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재정정책 뿐만 아니라 각국 금융감독 당국에선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고 실물경제 충격 방어에 나서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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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당국과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세계 각 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가 가시화됨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재정정책 뿐만 아니라 금융정책에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데, 각국의 금융감독 당국들은 자기자본 규제 완화 등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 실물경제 충격 완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 등 금융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면서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나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세 차례에 걸친 코로나 대책법을 통과시켜 총 2조1083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했다. 성인 1인당 1200달러의 현금 지원, 기존 실업수당의 인상과 기간 연장, 긴급실업수당의 도입 등 직접적 소득보조 방안이 담겼다. 또한 연방중앙은행(FRB)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 영국, 프랑스가 각각 7560억유로, 3600억파운드, 3450억유로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들 국가들은 고용유지를 위한 임금보조 확대, 소상공인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실업지원제도 확대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팬데믹 자산매입 프로그램(PEPP)을 도입해 75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국채 등을 매입하고, 저금리로 유럽은행들에게 대출해주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목적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이 시행되는 6월 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해 유동성을 충분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도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정책과 함께 금융정책으로 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하향조정했으며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국고채 매입 등 시장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도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놨으며, 금융회사 임직원 면책제도 개편 등 각종 규제완화로 대응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의 금융감독 당국이 코로나19 경제충격 완화를 위해 은행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확보한 자금 규모는 모두 4917억달러에 이른다"며 "금융당국이 규제완화를 통해 은행들의 신용을 약 5000억달러 늘림으로써 은행들은 실물경제에 5조달러를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FRB, ECB, 영국은행(BOE) 등 전세계 중앙은행·금융감독 당국들이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윤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은 "한국의 경우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실물경제 위기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양책에서 도입한 각종 지원제도를 면밀히 분석해 우리나라에의 적용가능성을 검토하고,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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