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코로나19 여파에도 제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이전 총선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사전투표에 대한 인지도가 커진데다, 분산투표 경향이 나타나면서 사전투표 참여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일인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회적거리두기로 1m 이상 떨어진채 줄을 서 있다. 사진/뉴시스
1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4·15 총선 사전투표율이 16시 기준 9.7%를 기록했다. 이는 제20대 총선의 같은 시간대 사전투표율 4.5%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지난 2018년 시행된 7회 지방선거 동시간대 투표율 7.1%에 비해서도 높다.
코로나19 여파로 저조할 것이란 당초 예측과 달리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이는 것은 우선 사전투표에 대한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전투표는 선거인이 별도의 신고 없이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 2013년 재보선 당시 도입된 후 안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근래 와서는 사전투표를 따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본투표 기간을 포함해) 3일 중에 언제하느냐는 관점으로 바뀌었다"며 "지난 대선 당시에는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안착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분산투표를 독려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전투표일에 선거를 하려는 유권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투표 당일은 인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미리 가서 하는 유권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사전투표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전체 투표율도 상승곡선을 그릴지는 미지수다. 사전투표 비율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본투표율은 낮아질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고, 정치적인 관심이 높아진 추세를 봤을 때, 이전 총선에 비해 큰 폭으로 투표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가 투표 행사에 제동을 거는 측면도 있지만,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측과 야당이 맞서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정치적 관심이 높아졌다"며 "지난 20대 총선 투표율 58%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종훈 평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확진자수도 줄어드면서 우려감이 덜해지고 있다"며 "그렇다면 굳이 투표를 안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자각격리자들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오는 15일 본투표 당일 마감시간 이후 투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만5000여명에 이르는 자가격리자가 투표에 얼마나 참여할지도 전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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