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과학계가 다음달 영장류를 대상으로 치료제 1건과 백신 2건의 효능 검증에 돌입하고, 전 임상 연구에 필요한 생쥐 5종을 개발도 완성단계여서 조만간 순수 국내 기술의 치료제를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보를 분석한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는 성과물을 내면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12일 국내외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주 혈장치료 중증환자 완쾌에 이어 속속 연구성과들이 나오면서 코로나 종식의 시기가 빨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성과는 코로나19의 원인으로 꼽히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이다. 이는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사체가 모두 분석된 것으로 진단용 키트 성능 개선은 물론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의 결정적 단서라는 게 과학계의 평가다.
특히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리보핵산(RNA) 연구단을 이끄는 김빛내리(51)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뤄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의 공동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연구 내용이 세계적 국제학술지인 셀 온라인판에도 게재된 만큼 전 세계 감염병 전문 학자들의 관련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생활사. 사진/기초과학연구원
김빛내리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 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전사체는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의 총합으로 분석 결과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RNA들 중 최소 41곳에서 바이러스 RNA의 화학적 변형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새로 발견한 RNA들과 RNA 변형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롭게 표적으로 삼을 만한 후보군"이라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각 전사체의 정량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이를 토대로 진단용 유전자증폭기술(PCR)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구에서는 유전체RNA로부터 생산되는 하위유전체RNA를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각 전사체의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해 유전체RNA 상에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하위유전체 RNA는 10개가 아닌 9개라는 사실과 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 수십여 종도 추가로 발견했다. 이외에도 융합, 삭제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유전체 RNA 재조합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실도 확인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RNA 전사체 분석이라는 성과가)당장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성과라고 하기엔 이르지만 이를 활용해 백신 타킷을 항원을 찾는다거나 하는 식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최근 국내에서 혈장치료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방역당국이 혈장치료 지침 마련에 나섰다. 혈장치료란 감염증에서 회복 중인 환자의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으로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다.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카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 7층에서 의료진이 병상과 치료 장비 등을 점검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외에 과학계는 5월초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영장류를 통해 치료제 1건, 백신 2건의 효능 검증에 돌입한다. 이미 시판이나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을 기존 목표로 했던 질환이 아닌 코로나19에도 효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이른바 '약물 재창출' 연구의 일환이다.
정부도 힘을 보태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병원이 협력할 수 있도록 연구시설, 병원체 자원, 임상 데이터 등 핵심 자원을 민간에 개방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도 코로나19 전임상 연구에 필요한 생쥐 5종을 개발해 8월쯤 대량 생산한 후 산학연과 병원에 제공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업계·학계·연구소·병원 합동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정기종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