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코로나19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버금가는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각국의 이동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른 실물 부문의 충격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경우 취약신흥국의 재정·외환 위기로 이어져 국제금융시장의 충격이 증폭될 것이란 전망이다.
자료/한국은행
12일 한국은행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미국 등 주요국 실물 충격이 금융부문으로 전이되면서 취약국 재정·외환 위기와 주요국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으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주요국 심리지표는 급락했다. 미국의 제조업, 서비스업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 49.6에서 3월 40.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로지역은 51.6에서 31.4로, 일본은 47.0에서 36.2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가 발발한 중국의 경우 PMI가 지난 1월 53.0에서 2월 28.9까지 급락했다 3월 53.0으로 재반등했지만 경기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주요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9%(2018년 명목 GDP 기준)로, 이들 국가 경기 부진은 직접적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임준혁 한은 국제종합팀 과장은 "전염병 확산이 2분기 중 진정이 되더라도 세계 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의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지난 1957년 아시아 독감과 1968년 홍콩 독감 때처럼 진정되다 재발하는 2차 확산이 나타날 경우 올해 중 주요국 경제 활동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료/한국은행
문제는 실물부문 충격이 취약국을 중심으로 재정·외환 위기로 이어질 경우다. 실제 최근 아르헨티나, 터키 등 일부 취약신흥국과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국가 신용리스크 확대, 해외자본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해당국 주가와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업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실물부질 장기화는 신용경색으로까지 이어져 금융부문을 통한 충격이 더욱 증폭될 것이란 우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세와 자금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하반기 한 차례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채 매입은 물론 일부 공사채까지 매입 자산군을 넓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9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지난번 비교적 큰 폭(0.5%포인트)으로 내려 정책 여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19 진전 상황에 맞춰 얼마든지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고채 단순 매입 등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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