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2년 후 차기 대권 경쟁구도는 여권 중심으로 재편되게 됐다. 특히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고 서울 종로에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를 꺾은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명실상부한 '1강'에 자리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의 지엄한 명령대로 코로나19와 경제 후퇴라는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며 진력하겠다"고 총선 소감을 밝혔다. 또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기억한다"며 "늘 겸손한 자세로 품격과 신뢰의 정치, 유능한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위원장의 당내 대항마로는 사상최초 '3선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첫손에 꼽힌다. 민주당의 수도권 압승에도 두 지자체장의 영향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다.
또한 강원 원주갑에 당선돼 정치 재기에 성공한 이광재 전 강원지사, 험지인 경남 양산을에서 살아남은 김두관 의원, 선대위원장급 존재감을 보이며 친문(문재인) 결집에 앞장섰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도 대선레이스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던 김부겸 의원과 부산 부산진갑의 김영춘 의원은 비록 낙마했지만, 8월 전당대회 등을 통해 원외에서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패한 야권은 말 그대로 초토화 상태로, 대대적인 정개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유력주자였던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황 전 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성찰하면서 당과 국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겠다"고 말했지만,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로 대선레이스 복귀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민주당의 '정치신인'들에게 일격을 당해 낙선했고 정치생명마저 위태롭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총선과정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이 옅어지게 됐다.
합리적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유승민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탈당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대구 수성을)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전 경남지사가 그나마 남은 카드로 거론되나 참신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 뒤 문재인정부 내에서 입지가 더 줄어들 윤석열 검찰총장 영입을 야권이 장기적으로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이 16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인근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