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한 시인 토마스 앨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계절은 봄의 생명력을 가지고 찬란한 빛을 발하지만 앨리엇이 지적한대로 현대인의 삶은 그만한 생명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도 연초에 가졌던 기대감이 희석되는 시기가 바로 4월이기 때문에 앨리엇의 이말은 증시에도 어느정도 통용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해 주식시장을 보면 4월은 행복한 달이였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미국발 신용경색으로 인한 위기감이 유동성 공급으로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데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만큼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이 중국을 제외할 경우 양호한 상승세를 보였고 선진국 시장도 대부분 하락폭의 절반정도를 회복했다. 국내증시도 고점 대비해 51%의 상승세로 4월을 마감해 18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 1800선까지 상승의 주역은 IT/금융/자동차
국내증시로 시각을 좁혀보면 1530까지 밀리며 중기 추세붕괴의 위기감을 주었던 3월 중순의 흐름에서 국내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에서다.
첫번째는 글로벌 신용위기의 완화였고 그 다음은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IT와 자동차, 금융주들의 저평가 매력을 바탕으로 한 상승세, 그리고 이들 종목이 실적이 턴어라운드 되면서 시장의 주도주 역할은 한데다 다른 업종 대표주들의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실적장세의 성격과 투자심리 완화의 효과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겹쳐지면서 저점대비 큰 폭의 반등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수급적으로 기관들의 매수와 외국인 선물 매수전환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가 장세를 이끈데다 외국인 현물 매도압력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탄력은 1800선까지 거침없이 올라설 수 있었다.
◇ 1800선 안착의 주인공은 누구?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1800선 위라는 이 무대위에서 과연 누가 주인공이 될 것인가의 여부다.
각각의 시나리오를 종목군 흐름과 논리를 중심으로 풀어보자.
첫번쨰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시장을 이끌어 왔던 IT대형주와 금융주, 자동차 등 수출 종목들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환율을 비롯해 여전히 중국, 인도 등 이머징 수요가 강한 점을 고려해 볼 때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 판단된다. 다만 주요 대표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이 연초 시장보다 2-30% 할인되서 거래된 것에 비해 현재는 시장과 비슷한 13배, 혹은 그 이상으로 상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강한 반등을 위해선 추가적인 성장의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된다.
그 다음 시나리오는 정부의 내수부양 의지로 내수주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다. 17대국회가 마무리 되는 여름까지 추경편성은 물건너간 상황에서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이번 금통위에서의 금리인하가 거론되고 있고 국내 채권시장은 이를 반영하며 이미 채권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통신, 의약, 음식료, 건설, 증권 등 금리에 민감하거나 전통적인 내수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이번 랠리에서 소외되었다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인플레 우려로 이익모멘텀이 강하지 않다는 점과 국내 내수경기의 선행지표인 경기선행지수가 계속 하향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확신을 가지기에는 어려운 국면으로 판단된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바로 그동안 양호한 1분기 실적과 시장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수를 압박했던 차이나모멘텀 관련주들의 상승 가능성이다.
중국증시가 3천선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20% 상승세를 보인데다 기계, 조선, 해운 등 중국 모멘텀에 기댄 종목들의 상반기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상황이다.
다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외국인들의 매도와 함께 향후 이익성장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어 지금은 나쁘지 않지만 이 종목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가능케 했던 고성장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제시한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떨어져 보인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기간조정이든 가격조정이든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중소형주나 방어주로의 매기이전이 될 가능성이다. 지금 시장의 상승이 일부 대형주 위주로 상승해 체감지수가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순환매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최근 시장이 1800선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IT부품주와 중소형 자산주, 의약업종의 일부 종목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형주의 상승만으로 지수를 견인하거나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1800선 안착 시나리오를 짜는데 있어서 배제해야 할 시나리오다.
오히려 1800선이 깨지만 쪽에서 가능해 보인다는 점에서 이 의견은 제외하자.
◇ 수급과 경기 만만치 않아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할 듯
1800선 안착이라고 하는 전제하에 종목군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대안들을 제시해 보았다. 그러나 현재 시장의 상승을 견인했던 수급의 본질이 지수가 상승할 수록 기계적 매수에 의존해 왔다는 점, 또한 기계적 매수를 견인할 외국인의 선물매매가 여전히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1800선 위에서 빠른 상승세를 보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이 1분기만큼의 강한 매도는 보이지 않더라도 현물 쪽에서 강한 매수세로 턴하지 못한 점도 부담이다. 다만 연기금이 매일 2-3천억 이상의 강한 매수를 보인다면 얘긴 다르겠지만
그리고 미국과 국내에서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모두 하나같이 인플레 우려와 경기 하강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가 지금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과 투자심리 완화를 발판으로 오른 베어마켓 랠리라면 상승의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상승기대감은 남아있지만 수급과 경제지표 측면에서 메리트는 그리 크지 않아보인다. 많이 올라 부담이 가더라도 여전히 실적과 거시지표의 호전을 통한 성장 기대감이 남아있는 수출주를 중심으로 하는 시나리오 1(IT와 자동차, 금융주의 재상승)에 포커스를 맞추고 시장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상승시 추격매수 보다 조정시 추세의 하단이 견고한지를 확인하면서 IT와 자동차, 금융주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자. 그러나 이러한 종목들도 추세가 꺾이면서 하락한다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중조절에 나서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시장에 대응해 봐야 하겠다.
LG전자가 어어 하는 사이 사상 최고가 흐름을 보인것은 결국 시장이 거는 기대와 수급의 쏠림이 IT쪽으로 나타나는 증거라고 하겠다.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IT와 자동차를 제외한다면 시장 수익률 만큼의 이익도 기대해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만만치 않겠지만 증권사들은 5월 상승의 목표치를 1900선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인 만큼 경기와 수급의 부담을 뚫고 5월 한달이 수익률의 여왕의 달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뉴스토마토 김종효 기자(kei100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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