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원이 이혼 가정의 양육비 분담 등을 정하면서 분담금 납입의 방법이나 결산, 양육비 사용방법 등 세부사항까지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으로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양육자가 부담해야 할 양육비를 제외하고 상대방이 분담해야 할 적정금액만 결정하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타이완 국적의 여성 A씨가 한국 국적의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양육비 부분에 대해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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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판상 이혼 시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된 부모의 일방은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가정법원으로서는 자녀의 양육비 중 양육자가 부담해야 할 양육비를 제외하고 상대방이 분담해야 할 적정 금액의 양육비만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본인(자녀)에 대한 양육자는 원고이고 원고는 사건본인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건본인을 양육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면서 "원심은, 원고가 양육비 예금계좌의 거래내역을 매년 분기별로 피고에게 알려야 하고, 양육비 지출도 체크카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정했지만 원심과 같이 양육비의 사용방법을 특정하는 것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건본인을 양육할 원고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또 "양육비의 사용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원고와 피고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예금계좌의 거래내역을 정기적으로 피고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분쟁을 예방하는 측면보다는 추가적인 분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과 관련한 원심의 판결주문 자체도 명확성을 결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을 명하거나 양육비의 사용 등에 관한 의무의 이행을 명하는 심판도 집행의 문제가 남기 때문에 특히 주문은 의문이 생기지 않도록 분명히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심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에게 부과된 의무가 원고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되 사건본인의 명의를 부기하라는 것인지, 두 사람 공동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라는 것인지 그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없고, 사건본인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된 사람은 원고이기 때문에 피고에게는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원심판결 주문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이행할 의무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당사자 사이에 추가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원심판결 주문 중 양육비 부분은 판결 주문으로서 갖춰야 할 명확성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문화와 성격 차이 때문에 갈등이 깊어지가다 관계가 매우 악화돼 2017년 11월 재판상 이혼 절차를 밟게 됐다. A씨는 다음해 3월 두살 된 딸과 집을 나와 B씨와 별거에 들어갔다.
A씨는 이혼을 청구하면서 친권자와 양육자로 본인을 지정해줄 것과 함께 양육비, 위자료, 재산분할 등을 요구했다. 1심은 원고승소 판결했다. 쟁점이 됐던 양육비 부담에 대해서는 "피고는 원고에게 사건본인의 양육비로 2018년 11월부터 사건본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의 2월말까지 월 50만원씩을, 그 다음날부터 중학교에 입학하는 해 2월 말까지는 월 70만원씩을, 그 다음날부터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는 월 90만원씩을 각 매월 말일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B씨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양육비로 2019년 10월부터 성년이될 때까지 A씨는 월 30만원씩을, B씨는 월50만원씩을 부담하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A와 B가 A의 한국이름(또는 태국이름)과 자녀의 명의로 새로운 예금계좌를 개설할 것 △A, B매월 양육비 분담금을 각각 입금할 것 △체크카드를 통해 양육비를 지출할 것 △A는 B에게 지출내역이 나타난 예금계좌 거래내역을 매년 분기별로 해당분기 말일에 고지할 것을 명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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