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부의 여부 결정을 앞두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범죄 사실의 소명 부족"이란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부의심위원회를 하루 앞둔 이날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제출한 의견서에서 "영장 기각 취지는 구속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일 뿐 기소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오히려 영장 기각 사유의 핵심적인 내용은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화계 처리' 과정의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있었던 것은 알겠지만, '피의자(이 부회장)의 형사 책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으로, 이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 부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영장 기각 사유를 근거로 법원이 기소를 인정한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영장 법관의 진정한 의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 국민의 참여로 기소 여부 등을 심사하자는 수사심의제도 취지에 삼성 사건이 가장 잘 맞는 것이고, 이 사건을 심의하지 않는다면 어떤 사건을 심의할 수 있겠는가"란 의견도 내세웠다.
이어 "공소 유지가 불가능한 사건을 면피성으로 기소하는 것을 막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데, 당사자가 심의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까지 청구하고 심의조차 회피한다면 도대체 왜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인가"라며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수사심의위 심의를 왜 피하려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심리하라"고 결론을 낸 만큼 수사심의위원회를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등이 관련 혐의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할 것으로도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검찰시민위원회가 구성한 부의심위원회는 오는 11일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의결한다. 부의심의위원 15명 중 과반수 찬성으로 부의가 의결되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종중 전 팀장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이들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며 "그러나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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