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양성평등 이슈는 언제나 뜨거운 논란을 낳는다. 그만큼 성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에 따라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누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의 세계는 어떨까. 프로 스포츠의 세계는 남자에게도 녹록치 않다. 하물며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여자라면 더 많은 선입견과 싸워야만 한다.
영화 ‘야구소녀’는 이러한 선입견과 신체적 조건 속에서도 프로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 주수인(이주영 분)의 이야기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야구소녀’ 역시도 또 다른 여성주의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더구나 양성평등 이슈가 따라 붙으면 더 주목을 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색안경을 내려 놓으면 오히려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진 영화다.
사실 그간 많은 여성주의 영화들이 관객을 만났다. 이들은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그 편견에 맞서 남녀의 차이가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기회와 권리를 쟁취 하는 결말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야구소녀’는 조금 다르다. 수인은 프로 야구 선수가 되고 싶지만 주변에서 누구도 그를 응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 된다’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그럴수록 수인은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 훈련을 한다. 그러나 프로 세계를 앞두고 체력적 한계는 극복할 수 없는 산이다.
야구소녀. 사진/목요일 아침
대표적인 장면이 리틀 야구단부터 함께 야구를 해온 이정호(곽동연 분)에게 수인이 손을 내밀어 보라고 하는 모습이다. 수인은 자신의 꿈의 무대인 프로 야구에 입단한 정호에게 어린 시절 자신이 손도, 키도 더 컸지만 현재는 아니라고 언급한다. 이 모습을 통해 영화는 체력적 한계가 주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이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최 코치는 수인에게 프로를 포기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야구 선수에 비해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포기하라고 한다. 수인의 엄마(염혜란 분)에게도 최 코치는 여자라서 프로에 들어가기 힘든 게 아니라 남자도 들어가기 힘든 게 프로의 세계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최 코치의 말처럼 특히 예체능 계열은 열정만으로 성공을 하기 어렵다. 열정보다는 재능과 운이 따라줘야만 한다. 그렇다고 예체능 계열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지만 재능이 이를 쫓아가지 못해 좌절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야구소녀’는 양성평등을 다룬 영화라는 선입견을 내려 놓으면 재능이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는 이들을 위로가 비로서 느껴진다.
야구소녀. 사진/목요일 아침
구속에 집착하며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치는 수인에게 최진태 코치(이준혁 분)는 단점을 보완시키려면 장점을 키우라고 조언을 한다. 그리고는 수인에게 속도로 싸우기 보다는 장점인 회전력을 이용한 너클볼을 연습하라고 제안을 한다. 이를 통해 수인은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
물론 영화의 결론을 보고는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이라면 수인을 보면서 전세계 유일한 여자 프로 야구 선수 요시다 에리를 떠올리게 될 것. 요시다 에리는 일본 최초로 남자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를 한 최초의 여자 프로 야구 선수다. 요시다 에리 선수는 고교 진학 후 남자 선수들과의 체력 차이를 느끼고 너클볼을 배워 활약을 펼쳤다.
그렇기에 수인의 마지막 이야기가 더욱 더 깊은 여운을 준다. 구단주가 수인의 엄마에게 하는 현실적인 조언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하여, ‘야구소녀’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걸어갔던 길 앞에 재능이라는 벽을 만나 자신이 원치 않은 길을 걸어야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모두가 안 된다고 반대를 하는 가운데 진심으로 재능의 벽을 넘어서는 수인의 모습을 보고 싶어지게, 그리고 응원하게 하는 영화다.
야구소녀. 사진/목요일 아침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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