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아동을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국공립유치원 우이유치원 건립을 두고 주변 어린이집을 위시한 반발이 거세다. 유치원 부지가 있는 강북구의 저출산이 서울에서도 심해, 지역 사회의 우려를 완화할 정책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23일 서울 강북구 우이초등학교 부지 내에 국공립 단설유치원인 우이유치원이 착공된다. 관련 예산은 86억원에 이른다.
이에 우이초 주변에는 원아 감소를 우려하는 어린이집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형성돼있다. 최근 청원인 4174명은 저출산과 기존 시설의 낮은 충원율을 이유로 우이유치원 설립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실제로 강북구의 지난 2018년 합계출생률은 0.647로 25개 자치구 중에서 4번째이고 특히 2017년 대비 감소폭이 0.18명으로 자치구 중 가장 가파르다. 이상훈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우이초등학교 1㎞ 반경 내에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24곳의 충원율은 평균 77%에 머무르고 있다.
낮은 출산율은 학부모 상당수의 반대 의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청원인의 과반은 학부모로, 부지로부터 비교적 먼 곳의 구민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일부만 다닐 유치원보다는 다른 아동 시설이 낫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으로 추가 국공립 시설 조성도 힘들거니와, 국공립유치원의 통학버스 운영률도 낮으니 지역에 부족한 어린이도서관·박물관·체험센터를 짓자는 것이다.
따라서 시교육청이 지역 사회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시의회 본회의 교육행정 질문에서 이 의원은 "지역주민 및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소통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하게 되면 갈등이 끊임없이 표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사과해 지적을 일부 인정했다.
거센 반대 의견에 정책이 일부 조정되기도 했다. 또 시교육청은 당초 176명이었던 정원을 150명으로 줄이고 2개인 특수학급을 3개로 늘려 민간 시설이 하기 어려운 장애인 원아 수용을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국공립유치원을 지을 때 민간 시설과 상생 정책을 강화하고, 차별성 있는 공공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이 문 닫는 경우가 잦다"며 "단설 국공립유치원까지 들어가면 더 어려워지니 상생 정책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단설 국공립유치원을 계속 지을 의향이라면 취약계층이나 장애를 지닌 아이를 더 집중적으로 케어해주는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주변 (시설) 반발을 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강북구 우이초등학교 후문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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